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실적 개선 등으로 민영화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7일 “우리은행은 2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이며 건전성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정부에서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할 모든 환경이 조성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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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우리은행은 2분기에 부실기업인 삼부토건·경남기업·파인시티·벽산·대한전선 등의 여신 일부를 회수하고 부실채권을 팔았다. 이 때문에 손실에 대비해 쌓아놨던 충당금 환입과 매각이익을 합쳐 순이익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성동조선해양 반대매수 청구에 따른 충당금 환입까지 감안하면 우리은행이 2분기에 쌓았을 충당금 1770억 원은 모두 상쇄될 것”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우리은행의 손실 가능성이 기우였다는 것을 실적으로 입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우리은행은 만기 이후 원리금을 3개월 이상 돌려받지 못한 고정이하여신의 비율도 1분기 기준 1.38%로 떨어뜨렸다. 감소폭을 살펴보면 2015년 1분기보다 0.56%포인트 떨어져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컸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조선·해운회사의 부실과 정부의 한계기업 검증 강화 등을 고려해도 우리은행이 실적을 끌어올릴 여지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며 “우리은행이 자본건전성 악화로 유상증자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2분기에 순이익 3천억~350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종합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5년 2분기보다 최소 40%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이광구 행장은 4일 우리은행의 모바일플랫폼과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실적 호조에 발맞춰 신규 수익원도 강화하면서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우리은행 민영화를 조만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 조직을 선제적으로 조정해 모바일플랫폼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도 최근 우리은행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임직원들의 신청을 받은 뒤 시장가격으로 우리은행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주가가 오르면 정부에서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우리은행 주가가 1만2900원 위로 올라야 한다.
우리은행 주가는 7일 기준으로 94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우리은행 주가는 이광구 행장의 해외 기업설명회 참석 이후 1만 원대를 유지했지만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6월24일 9780원으로 떨어진 뒤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주춤했던 우리은행 주가의 상승세를 회복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조만간 민영화 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해 동력을 미리 마련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6월 말 서울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예금보험 행사에서 “우리은행의 민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매각 여건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의지를 품고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7~9월 안에 예금보험공사에서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4% 가운데 30%에 대한 매각공고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주주가 지분 4~10%씩 보유하는 과점주주 방식이다.
중국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지분 10%를 사들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구 행장과 만난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도 지분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