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16일 ‘슈퍼리치의 생존(Survival of the Richest)’ 보고서를 내놨다. 옥스팜은 2014년부터 매년 다보스포럼에 맞춰 빈부격차를 다룬 보고서를 내놓으며 불평등 해소를 위한 행동을 각국 정부와 기업에 촉구하고 있다. <옥스팜>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상위 1% 부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2년 동안 차지한 부(富)가 나머지 99%의 2배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16일 ‘슈퍼리치의 생존(Survival of the Richest)’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과 생계비 위기를 겪는 동안 세계 상위 1% 부유층의 부는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새롭게 창출된 전 세계 부 42조 달러 가운데 63%인 26조 달러를 상위 1% 부유층이 차지했다.
이들은 하위 90%에 속한 사람이 1달러를 버는 동안 약 17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200원 버는 동안 1% 부자들은 21억 원쯤 번 셈이다.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억만장자의 재산은 하루에 27억 달러씩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10년 동안 억만장자의 수와 재산이 2배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2022년부터 식품 및 에너지 산업 수익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억만장자의 부는 더욱 급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95개의 식품 및 에너지 회사가 2022년에 이익을 2배 이상 올렸다. 3060억 달러의 횡재에 가까운 막대한 이득 가운데 84%인 2570억 달러는 부유한 주주들에게 분배됐다.
월마트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월튼 가문(Walton Family)은 지난해 85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주요 에너지 기업의 소유주인 인도의 억만장자 가우탐 아다니(Gautam Adani)의 부는 2022년에만 420억 달러(46%) 급증했다.
▲ 옥스팜이 내놓은 ‘슈퍼리치의 생존(Survival of the Richest)’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새롭게 창출된 전 세계 부 42조 달러 가운데 63%인 26조 달러를 상위 1% 부유층이 차지했다. 그래프는 새롭게 창출된 부의 획득비중 추이. <옥스팜> |
과도한 기업 이익은 호주, 미국 및 영국에서 인플레이션의 절반 이상을 주도했다.
동시에 현재 최소 17억 명의 노동자가 인플레이션이 임금을 초과하는 국가에 살고 있다.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꼴인 8억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다.
여성과 소녀들은 종종 끼니를 줄이거나 거르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기아 인구의 약 60%를 차지한다.
세계은행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평등과 빈곤이 가장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가 전체가 파산의 위기에 내몰리고 최빈국은 의료서비스보다 채권자에게 빚을 갚는 데 4배나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전 세계 정부의 4분의 3이 향후 5년 동안 보건 및 교육을 포함한 긴축 정책에 따른 공공 부문 지출 삭감을 계획하고 있다.
옥스팜은 2014년부터 매년 다보스포럼 개최에 맞춰 부의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스위스 다보스 현지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가브리엘라 부커(Gabriela Bucher)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불과 2년 만에 슈퍼리치들은 막대한 부를 쌓았고 2020년대의 10년이 그들에게 최고의 전성기가 될 것”이라며 “슈퍼리치와 대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오늘날의 중첩된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이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허황된 신화를 깨뜨릴 때”라며 “지난 40년 동안 최상위 부유층을 위한 세금 감면 조치는 밀물이 모든 배를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초호화 요트만 들어 올린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 옥스팜이 내놓은 ‘슈퍼리치의 생존(Survival of the Richest)’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부유층에 대한 세율은 감소했다. 그래프는 1980년 이후 세계 지역별 부유층 대상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변화 추이. <옥스팜> |
옥스팜은 보고서를 통해 공공자금과 폭리에 따른 위기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슈퍼리치에 대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세금 인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가장 부유한 사람들과 기업을 위한 세금 감면 조치는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많은 국가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억만장자보다 더 높은 세율을 납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남성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는 2014년에서 2018년 사이 약 3%의 '실질 세율'을 부담했다.
반면 우간다의 밀가루 상인인 에버 크리스틴(Aber Christine)은 한 달에 80달러를 벌고 40%의 세율을 부담한다.
보고서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세금이 과거에는 훨씬 더 높았다는 점도 보여준다.
지난 40년 동안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및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정부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소득세율을 인하하면서 동시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세금은 인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몇 년 동안 미국의 최고 연방 소득세율은 90% 이상을 유지했으며 1944년에서 1981년 사이에는 평균 81%였다.
가브리엘라 부커 총재는 “최상위 부유층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평등을 줄이고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전략적 전제조건”이라며 “우리는 혁신을 위해, 더 강력한 공공서비스를 위해,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그리고 슈퍼리치의 엄청난 탄소배출량을 대응하는 솔루션에 투자함으로써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