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내정자는 “고객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는 신한금융”이라고 적으며 다시 한 번 고객을 앞세웠다.
진 내정자는 신한은행장 시절부터 ‘고객 중심 경영’을 핵심 경영철학으로 내세웠다. 고객은 진 내정자의 핵심 경영 키워드로 여겨진다.
이번 다짐을 적으며 조 회장과 진 내정자는 각각 ‘회장 조용병’과 ‘신한금융 진옥동’이라는 서명을 남겼다.
회장 리더십 교체를 앞둔 신한금융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물러나고 진 내정자가 회장에 오른다.
지난해까지 설치돼 있던 조형물의 조 회장 다짐 아래에는 ‘신한금융그룹 회장 조용병’이라고 적혀 있었다.
새로 신한은행장에 오른 한용구 행장은 진 내정자와 마찬가지로 고객을 강조했다.
한 행장은 “고객 중심은 흔들림 없는 가치입니다. 고객중심을 기반으로 OT 혁신, 내실 있는 성장, ESG 소통과 신뢰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갑시다”고 적었다. 전임자인 진옥동 내정자의 고객 중심 경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의 2023년 다짐. <비즈니스포스트>
신한카드 최초로 내부 출신으로 대표에 오른 문동권 사장 역시 고객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웠다.
문 사장은 “Deep Value(깊은 가치)! 차별적 가치 창출로 복합위기를 넘어 고객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달려가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올해부터 신한라이프를 이끌게 된 이영종 사장은 “Breakthrough 2023, 영업모델 혁신과 조직통합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Top2 진입으로의 기초체력 확보”라고 적었다. 자체 비전으로 내세운 생명보험업계 톱2 도약을 다짐하는 동시에 신한라이프의 주요 과제인 조직통합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신한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신한자산신탁의 새 대표에 오른 이승수 사장은 실행력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2023년 변화와 도약을 위한 다짐으로 “예측은 NO, 지금 당장 실천, 눈은 미래로”라고 적었다.
몇몇 CEO들은 미래를 바라보는 듯한 예언적 다짐을 풀어 놓았다.
김희송 신한자산운용 사장은 힘있는 글씨체로 “우리에게, 위기는 위장된 축복입니다. 2023년, 우리는 드디어 대체투자운용업에서 국내 1등 사업자로 올라섭니다!!”,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사장은 담담한 글씨로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호흡한다. Back To The Baic &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 적었다.
신한금융에서 유일한 여성 CEO인 조경선 신한DS 사장은 평범 속 비범을 다짐했다. 조 사장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비범한 조직 신한DS, 꿈은 원팀을 원팀은 열정을 열정은 격차를 만든다!”고 적었다.
▲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의 2023년 다짐. "어려울수록 공격 앞으로 Speed만이 우리의 가치 기준 '신한의 네이비 실이 되자'"고 적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계열사 CEO를 제외한 임원과 부서장의 각오 가운데서는 계묘년으로 3행시를 적은 다짐이 눈에 띄었다.
변문수 신한자산시탁 부사장은 “올해에도 계: 계획을 잘 세우고, 묘: 묘수를 최대한 발휘해서, 년: 년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보자! 중장기적으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일류 신한으로 도약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적었다.
각 계열사를 이끄는 CEO와 임원들의 글씨체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조형물의 재미있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임원들이라고 해서 모두 글씨를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캘리그라피를 방불케하는 글씨체도 있지만 초등학생이 쓴 것 같은 글씨체도 많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2023년 ‘변화와 도전’을 통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그룹 임원과 부서장의 각오를 자필로 작성한 것”이라며 “직원들과 공감을 위해 모든 임직원들이 볼 수 있는 본사 로비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