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일 국민연금이 2018년부터 2022년 5월 말까지 파리기후협약, 넷제로, 산림파괴 등 환경 관련 현안에서 해외주식 의결권을 행사한 내용을 분석해 ‘국민연금 해외주식 의결권 보고서 : 기후에 투표하라’를 펴냈다. 사진은 보고서 표지의 일부를 갈무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이 환경 현안과 관련해 해외주식 의결권을 일정한 기준 없이 행사하고 있어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일 국민연금이 2018년부터 2022년 5월 말까지 파리기후협약, 넷제로, 산림파괴 등 환경 관련 현안에서 해외주식 의결권을 행사한 내용을 분석해 ‘국민연금 해외주식 의결권 보고서 : 기후에 투표하라’를 펴냈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 동안 해외주식 환경 관련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환경 관련 주주제안은 모두 6건이었으나 2022년에는 모두 14건으로 급증했다.
국민연금은 이들 20건 가운데 11건(55%)은 찬성, 9건(45%)은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찬반 행사 관련 상세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2022년 동일 산업군인 ‘엑손모빌(Exxon Mobil)’과 ‘쉐브론(Chevron)’을 대상으로 상정된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에 상반된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주주제안을 놓고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과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는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엑손모빌’ 건에는 반대를 행사한 반면 ‘쉐브론’ 건은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엑손모빌 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근거로 관련 정보를 엑손모빌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민연금의 판단을 놓고 “주주제안의 목적을 고려해 본다면 엑손모빌이 공개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 정보가 투자자의 입장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주주제안으로 상정했을 것”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엑손모빌이 이미 공개하고 있는 환경 관련 정보가 주주제안 요구를 만족하는지를 판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2020년 다국적 기업인 ‘프록터&갬블(P&G)’에 ‘삼림 벌채를 없애기 위한 노력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한 주주제안과 2022년 ‘홈디포(The Home Depot)’에 ‘공급망 내 삼림파괴 및 일차림 파괴 근절을 위한 노력에 대한 평가 및 결과 보고서’를 요구하는 주주제안도 국민연금이 일관성 없는 결론을 내린 사례로 꼽혔다.
국민연금은 프록터&갬블 주주제안에는 찬성했으나 홈디포 주주제안에는 반대했다. 엑손모빌 사례와 마찬가지로 홈디포는 주주제안에서 요구하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홈디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는 삼림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들이 언급돼 있으나 이에 대한 결과 및 평가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민연금의 일관성이 없는 의결권 행사를 놓고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이슈에 대한 입체적 이해 부족과 이에 따른 명확한 판단 기준의 부재 때문으로 보인다”며 “명확한 기준 마련을 통해 기후 및 환경 관련 의결권 행사의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해외 주요 연기금들이 의결권 행사만이 아니라 ‘기후행동 100+’,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등 국제적인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적극적인 기업 관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전 산업에 걸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유니버셜 오너(Universal Owner)로서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는 일관성을 가진 의결권 행사와 관여활동으로 국내 전체 산업의 기후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