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디스플레이가 미중 무역갈등 국면이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레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격차를 벌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디스플레이 분야로까지 확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가 이뤄지면 중국이 올레드 기술 개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올레드에서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20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가 디스플레이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미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기술개발과 패널 생산능력 증강에 있어 중국이 우위를 점유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반도체산업에 이어 디스플레이 분야로도 부품 및 장비 수출 규제가 가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트렌드포스는 미국이 중국기업에 대한 기술수출 제한 규정의 범위를 확장할 것에 대비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디스플레이용 반도체(DDI)를 비롯한 원재료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정부의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제재는 첨단 기술인 올레드 분야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IT전문매체 디지타임즈는 “미국 정부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인 올레드 분야에서 소재와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대형 올레드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넘기며 압도적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기업들에 제재가 가해질 경우 정 사장으로서는 올레드(OLED)를 비롯한 첨단기술에서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올레드 기술에서 한국기업이 중국기업을 최소 1~2년가량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LCD 시장에서 집중했던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올레드 분야에서도 시행한다면 LG디스플레이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올레드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현재 글로벌 TV용 대형 올레드 시장은 아직 연간 1천만 대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이 약 2억 대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TV용 대형 올레드는 이제 막 태동하는 시장인 셈이다.
그런만큼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이 올레드에서도 가격 공세에 나서면 LG디스플레이는 앞선 기술력에도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조치가 현실화하면 LG디스플레이는 가격공세를 넘어서는 품질경쟁력을 지킬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자국 기업을 향한 보조금 때문에 TV용 LCD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데 미국의 제재가 현실화된다면 TV용 LCD 사업에서 철수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더 벌 수 있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와 난징, 옌타이 등에 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을 갖고 있어 미국의 제재가 중국 지역에 있는 생산시설로 번지는 양상을 보일 경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국면에서 받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의 경제적·정치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중국과 국내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사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 만큼 시장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방안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생산효율화와 인력운영의 탄력성을 확보해 LG디스플레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올레드 기술 격차를 벌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TV용 LCD 패널의 국내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국내 파주 올레드 라인도 일부 생산물량을 가동률 조정을 통해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정 사장은 생산직 전 사원을 대상으로 일부 급여를 지급하는 자율휴직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휴직 신청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7개월 가량으로 정해질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생산효율화를 위해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한시적으로 자율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