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이 의회의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잃었다. 야권의 세 번째 탄핵시도가 성공했다.
7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 등에 따르면 페루 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이 의회의 탄핵을 받아 대통령직을 잃게 됐다.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의원 130명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87명이 찬성하면 가결되는데 101명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여당 50석과 야당 80석으로 구성된 페루 의회 구성을 고려하면 20명 이상의 여당 의원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셈이다.
의회가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자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의회 해산 카드로 맞서기도 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의회에서 탄핵안을 다루기로 한 이날 0시경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비상정부' 수립을 선언하며 "현재의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총선을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경찰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 수뇌부 교체를 예고했으며 이날 밤부터 야간 통행(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4시)을 금지하는 시행령도 발표했다.
이에 야당을 비롯해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을 포함한 여당 내각 인사 일부도 반발했고 의회는 탄핵안을 가결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탄핵안이 통과된 후 곧바로 반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2021년 7월 취임한 이후 세 번의 탄핵 위기 끝에 결국 대통령직을 잃게 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페루 야당은 의원 28명 서명을 받아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두 달 뒤 탄핵안 통과를 시도했으나 찬성 46표, 반대 76표, 기권 4표로 부결됐다.
이어 올해 3월에도 탄핵소추안이 찬성 76표, 반대 41표로 발의됐지만 토론 끝에 찬성 55표, 반대 54표, 기권 19표로 또다시 부결됐다.
정권을 잡은 지 16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시골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급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 개헌, 에너지 분야 국가 통제 강화, 1년에 100만 개 일자리 창출 등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민층 지지를 얻었다. 이를 토대로 우파 정치인인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를 0.25%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빈농의 아들이었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정계·재계 등 엘리트 출신이 아닌 페루 첫 대통령이었다. 취임사에서 "처음으로 농부가 우리나라를 통치한다"며 "부패 없는 나라와 새 헌법을 페루 국민에 맹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임사와 달리 각종 부정부패 의혹에 시달렸고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기까지 했다. 국가사업을 특정 업체에 밀어주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예비조사를 받은 것을 비롯해 논문 표절 등 모두 6건의 범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검찰은 대통령궁과 사저를 압수수색하고 카스티요 전 대통령 처제를 구금해 조사하는 등 가족을 향한 수사를 진행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규정에 따라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이 곧바로 대통령 자리를 이어받았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나머지 임기인 2026년 7월까지 정부를 이끌게 된다. 그는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