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진칼 지분 확보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동생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꾸린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한 지도 1년이 지났지만 올해에만 호반건설, LX판토스, 팬오션 등이 잇따라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 한진칼 지분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만 해도 호반건설, LX판토스, 팬오션 등 모두 3곳의 기업이 한진칼 지분을 3% 이상 사들였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 <대한항공> |
현재로서는 조 회장에게는 델타항공과 산업은행이라는 든든한 우호세력이 있어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3자 연합’과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것을 감안하면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7일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팬오션이 한진칼 지분을 대량 인수한 것을 두고 의구심을 품는 시선들이 나온다.
팬오션은 6일 호반건설이 들고 있는 한진칼 주식 333만8090주를 사들여 지분을 기존 0.8%에서 5.8%(390만3973주)로 높였다.
팬오션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이유를 두고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팬오션의 모회사인 하림의 지난 행적을 보면 경영 참여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거두기 어렵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하림은 2021년 매물로 나왔던 이스타항공의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항공사 인수를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본입찰에 불참하면서 항공사업에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종합물류기업에 대한 꿈은 여전히 접지 않았다.
하림그룹이 앞으로 호반건설과 손잡고 ‘연합세력’을 구축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호반건설은 올해 3월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 16.58%를 사들이면서 한진칼 2대주주에 올랐다. 이번에 팬오션에 지분을 일부 팔면서 11.44%로 지분율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향후 조 회장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는 수준이다.
호반건설 또한 지분 매입을 두고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30% 가량 들고 있던 금호산업 매각에 입찰할 정도로 항공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진칼 지분 매입이 단순 투자목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올해 8월에는 LX판토스가 한진칼 지분 3.83%(256만 주)를 사들이면서 한진칼에는 3% 이상의 지분을 가진 기업이 한 곳 더 늘었다.
LX판토스는 그동안 대한항공의 오랜 고객이라는 점에서 조 회장의 우호세력이 될 가능성이 커 경영권 분쟁의 여지가 오히려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호반그룹에 이어 하림그룹까지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셈이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한진칼을 둘러싸고 이른바 ‘3자 연합’과 벌인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분쟁의 싹을 완전히 자르지 못한 것이다.
한진칼이 매번 이런 규모의 지분 매입에 따라 경영권을 두고 긴장해야한다는 건 그만큼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진칼의 경영을 맡고 있는 오너가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닦지 못한 것이다.
한진칼 지분은 9월30일 기준
조원태 회장과 특수 관계인이 20.18%, 델타항공이 14.9%, 산업은행이 10.58%를 들고 있다.
호반건설과 하림그룹이 손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지분율은 16% 수준에 그쳐 아직까지는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과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였을 때 델타항공과 산업은행은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두 기업이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들고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한진칼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씨앗은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한진그룹을 이끌 때인 201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조양호 회장 측과 KCGI는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싸고 지분 경쟁을 벌였다.
조양호 회장은 별세하기 전 한진칼 지분 17.84%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KCGI는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까지 지분을 확보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축하면서 경영권을 쥐고 있는
조원태 회장 측과 지분 경쟁을 벌인 끝에 결국 패배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