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손익이 어떻게 갈릴까?
영국 수출물량에 대해 관세가 부과될 수 있고 유럽 자동차시장의 수요 감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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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하지만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상대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자동차업계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손익에 끼칠 영향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수출물량에 대해 관세가 부과되면 영국에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지만 그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자동차회사는 유럽에 수출할 때 관세가 적용되지 않지만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 영국 수출물량에 관세가 10% 부과될 수 있다”고 파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영국에 생산기지가 없다. 따라서 현대기아차가 영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에 관세가 부가돼 영국에서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 가운데 영국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영국에서 16만7천여 대를 팔았는데 이는 현대기아차의 전체 글로벌 판매량 가운데 2%에 불과하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영국 수출대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영국에서 관세를 10% 부가받아도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은 모두 연간 600억 원에 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체 자동차수요 감소로 이어져 현대기아차가 일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시장의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 국가의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로 국내총생산(GDP)가 연간 1.3% 감소하고 영국에서 신차 수요도 기존보다 최대 4.3% 줄어들 수 있다”며 “다른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도 경제성장률이 하락해 자동차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유럽에서 글로벌 판매량의 11%인 85만여 대를 팔았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들어 5월까지 유럽에서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늘리면서 유럽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도 올해 성장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 앞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면 현대기아차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영국에 생산기지가 없는 점 때문에 기존과 비교해 유럽 판매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주요 경쟁자 가운데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원경 연구원은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완성차회사들은 유럽 생산거점을 영국에 마련했기 때문에 앞으로 영국에서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강화할 수 있지만 다른 유럽국가에서는 그동안 누린 관세절감 효과를 잃어 판매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과 유럽연합은 자동차시장 개방과 농축산물시장 개방 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면서 아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못했다.
유럽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영국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18.7%다.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라 작은 이익을 얻고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달러화와 엔화, 유로화 등 주요 기축 통화의 가치 변동은 현대기아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화와 엔화의 가치는 올라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기축통화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문수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원달러환율이 1% 낮아지면 영업이익이 각각 4.3%, 9% 증가한다”며 “영업이익률도 각각 0.24%포인트, 0.39%포인트 개선된다”고 분석했다.
엔화의 가치상승이 지속되면 현대기아차는 일본 자동차회사와 경쟁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현대기아차의 가격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