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협 내부출신으로 두 번째, 여성으로는 첫 번째로 Sh수협은행장에 17일 취임한 강신숙 행장(사진)을 소개하는 수식어는 화려하지만 행장까지 오르는 길은 꽃길만은 아니었다. |
[비즈니스포스트] ‘43년 5개월 23일, 1만5883일’
은행 창구에서 시작한 말단 직원이 은행장에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의 무게다.
17일 수협 내부출신으로 두 번째, 여성으로는 첫 번째로 Sh수협은행장에 취임한 강신숙 행장을 소개하는 수식어는 화려하지만 행장까지 오르는 여정이 꽃길만은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갓 마친 강 행장이 수협중앙회의 문을 두드린 이유는 그저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는 은행원이 멋져보였기 때문이었다.
신입행원인 강 행장에게 주어진 일이야 고작 창구에서 공과금을 받는 일이 전부였다. 성차별적 인식이 팽배했던 시절 커피를 타는 일도 그의 업무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도 정성을 다했다. 그는 말단 창구 시절부터 진정으로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최고의 금융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잡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강 행장은 항상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딸 아홉인 딸 부잣집에서 일곱째로 태어나 예쁜 옷이나 맛있는 음식을 차지하려면 쉽지 않았던 상황이 이러한 승부욕을 키웠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회고하기도 했다.
강 행장은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항상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수협의 각종 금융상품이나 규정과 원칙 등을 담은 규정집을 손을 달고 다녀 ‘걸어다니는 규정집’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이 같은 부단한 노력 끝에 강 행장은 전국 2등으로 수협 전환고시에 합격해 전주 지점에서 서울 노량진 지점으로 발령을 받을 수 있었다.
2001년 강 행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최고의 드라마를 썼다.
강 행장은 폐점 직전에 몰린 서울 송파구 오금동지점의 지점장을 맡게 됐고 이 때 그가 오랜 세월 다져온 능력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강 행장은 고객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을 비롯해 은행에서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적은 ‘고객관리노트’를 작성하며 고객 맞춤형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갔다.
그 결과 그는 쓰러져가던 오금동지점을 부임 이후 8분기 연속으로 전국 영업점 평가 1위로 만들었다.
이후에도 강 행장은 수협중앙회 최연소 여성부장과 최초 여성본부장, 최초 여성 임원 등의 타이틀을 하나씩 차지했고 마침내 두 번의 도전 끝에 수협은행장에 올랐다.
강 행장은 이제 수협은행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수협의 디지털 로드맵 마련과 추진이다.
강 행장은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가 최종 행장 후보로 내정하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3년을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로드맵을 만들어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강 행장은 수협중앙회 금융부문 부대표로 있을 때에도 디지털 혁신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발맞춰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수협의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라고 강조해 왔다.
수협중앙회가 2030년을 목표로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강 행장은 수협은행의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풀어야 한다.
수협중앙회는 단계적으로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수협은행의 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 행장은 은행권의 ‘유리 천장’을 깨온 여성 임원 1세대로 평가받는다. 수협 내부에서 최고의 영업 전문가로도 꼽힌다.
그는 1961년 전북 순창군에서 태어났다. 전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나왔으며 늦은 나이에 서울사이버대학교에 진학해 졸업했고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 수협중앙회에 들어온 뒤 서울 오금동과 서초동 지점장을 거쳐 심사부장, 중부기업금융센터장, 강북·강남지역금융본부장, 사업본부장(부행장) 상임이사, 지도상무, 금융담당 부대표 등을 지냈다.
2022년 11월15일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두 차례 공모를 진행한 뒤에 강 행장을 수협은행장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