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올해 들어 주말마다 산에 오르며 워크아웃 졸업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정상’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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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삼구 회장은 지난 4일 신입사원들과의 산행을 시작으로 5일 아시아나항공 신년산행, 12일 그룹임원전략경영세미나, 13일 아시아나항공 전략경영세미나, 18일 금호건설 전략경영세미나 등에 참석하면서 바쁜 주말을 보내고 있다. 주요 그룹사의 현안과 목표를 직접 챙겨 올해는 기필코 워크아웃을 졸업하겠다는 의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박 회장이 감기 몸살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대열의 선두에서 산을 오른 뒤 오후에는 세미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행에 참가한 그룹 관계자는 “박회장의 모습에서 절박함, 절실함 그리고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그룹 전체가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는 비장감에 한껏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말 절박하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워크아웃 졸업과 기업정상화에 모든 것을 ‘올인’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등기이사로 복귀하면서 책임경영을 내세웠다. 박 회장은 채권단에 “연봉은 1원만 받겠다.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면 금호산업과 관련된 모든 지분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약정을 체결하면서 이후 회사의 자본잠식이 50%를 넘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워크아웃 중단 사유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어려워지면 박 회장뿐만 아니라 아들 박세창 부사장의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경영권을 박탈할 계획이라 밝혔다. 박 회장으로서는 그야말로 배수진을 친 등기이사 복귀였다.
지난 18일 오전 산행 후 금호건설 전략경영세미나에 참석한 박 회장은 “기필코 이번 위기를 극복하여 더욱 강하고 힘있고, 멋있는 그룹으로 재탄생하는 제2창업을 이루어 나가자”고 말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정상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달 초만하더라도 업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 졸업이 무난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금호산업 자본잠식률이 지난해 상반기 88.6%에서 지난해 9월 62.7%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20%나 증가한 130억7,600만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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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임직원 산행과 계열사 세미나 참석 등으로 바쁜 주말을 보내고 있다. |
그러나 박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때부터 제기된 특혜의혹과 최근 잇단 송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정상화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박 회장이 등기이사로 재선임될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채권금융기관이 금호그룹에 지원한 내역을 살펴보면 출자전환 3조1340억원, 신규여신 1조8301억원 등 총 4조9641억원이다"라며 "그런데 금호그룹 대주주들의 자구 노력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유상증자 3930억원가량으로 전체의 8%도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박 회장에게 그룹 지배권을 되돌려준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공정위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산업 기업어음(CP)을 출자전환하는 것이 상계가 아닌 공정거래법상 예외인 대물변제에 해당돼 상호출자금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방침을 선회한 것은 금호그룹에 추가적인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박 회장 복귀에 대한 불만은 최근 소액주주들이 박 회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면서 송사로 비화했다. 지난달 28일 경제개혁연대 등 아시아나항공 소액주주들은 부실이 우려되는 금호산업 기업어음(CP) 매입, 유류할증료 담합 감독 소홀, 아시아나 애바카스 설립 과정에서 회사기회유용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 아시아나항공 전•현직 이사 9명을 상대로 247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주주대표소송뿐만 아니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법정공방이 길어지는 것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정상화 궤도에 오르는 데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박찬구 회장은 서울남부지법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하면서 금호석유화학 측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금호석화 한 관계자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삼구 회장의 최측근들이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해 박찬구 회장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둘 사이의 앙금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석화가 주주총회에서 금호산업 지원을 막아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졸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