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MD와 엔비디아 CEO가 잇따라 대만을 방문해 TSMC 본사 경영진과 3나노 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리사 수 AMD CEO에 이어 대만 TSMC 본사를 직접 방문해 경영진과 만나 차세대 3나노 반도체 위탁생산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TSMC를 제치고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먼저 성공했지만 대형 고객사 수주 확보에는 아직 성과 확인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현재 대만을 방문해 TSMC 등 여러 협력사 및 고객사 경영진을 만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대만 출장의 가장 큰 목적은 TSMC의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TSMC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성능 및 전력 효율 개선에 핵심인 반도체 미세공정은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충분한 생산수율을 확보하기 어렵고 생산라인 구축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TSMC가 반도체 업황 부진을 고려해 시설 투자 계획을 축소하기로 한 만큼 고객사들이 최신 공정을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서둘러 생산 가능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젠슨 황 CEO가 직접 TSMC 대만 본사를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엔비디아 최대 경쟁사인 AMD의 리사 수 CEO도 10월 초 대만을 직접 찾아 TSMC 경영진과 3나노 파운드리 관련한 사업 논의를 진행했다.
TSMC 최대 고객사인 애플도 이미 차세대 컴퓨터용 프로세서 위탁생산에 TSMC 3나노 반도체공정을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이 아직 양산도 시작되지 않은 TSMC의 3나노 공정을 적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촉각을 기울이며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리사 수 CEO는 AMD 반도체 위탁생산에 2025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TSMC의 2나노 파운드리 활용 가능성까지 논의하며 가장 적극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 고객사들 사이 물량 확보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상반기부터 이미 3나노 반도체 위탁생산 능력을 갖춰낸 삼성전자는 아직 대형 고객사 수주 성과에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고사양 반도체 미세공정 가동 비중이 늘어나 파운드리사업 실적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고 2나노 공정 도입 계획도 일부 공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TSMC와 같이 대형 고객사들에 앞다퉈 선택을 받는 파운드리업체로 거듭나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대형 고객사는 TSMC와 이미 오랜 협력관계를 이어왔고 충분한 신뢰 관계를 쌓았기 때문에 3나노 미세공정과 관련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상용화에 먼저 성공했음에도 TSMC보다 후발주자라는 약점 때문에 고객사들이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를 위협하는 정도로 성장하려면 꾸준한 첨단 파운드리 수주 사례를 쌓아 시스템반도체업계의 신뢰를 얻고 기술 경쟁력을 증명하는 일이 중요하다.
충분한 반도체 생산 수율 확보와 시설 투자를 통해 양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고객사들의 3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충분한 수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TSMC가 고객사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워지면 엔비디아와 AMD 등 고객사가 일부 물량을 삼성전자 3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고객사들이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차질 가능성을 고려해 TSMC에 반도체 생산 물량을 모두 맡기는 데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
여러 파운드리업체로 반도체 공급망을 다변화하면 대만에 대부분의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TSMC에만 공급을 의존하는 것보다 리스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TSMC가 3나노 파운드리 수율 개선과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고객사 수주 사례를 더욱 넓혀 나간다면 삼성전자가 경쟁에 계속 불리함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