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이사가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기 위한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설립을 추진한다.
임 대표는 취임 이후 2023년 새 회계제도 도입을 앞두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데 자회사 설립도 이러한 작업의 하나로 풀이된다.
▲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이사(사진)가 새 회계제도 도입을 앞두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
21일 흥국생명에 따르면 2023년 설립을 목표로 최근 금융감독원에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HK금융서비스’ 설립인가를 신청하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설립시기는 내년 초로 보고 있다”며 “11월 정도에 금감원에서 허가가 나야 구체적 사업 밑그림을 잡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인보험대리점은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해 해당 보험사 상품만 파는 내부 설계사 조직과 다르다.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법인보험대리점의 강점을 살려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자회사 형태로 법인보험대리점을 두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흥국생명은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설립방식을 두고 아직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1800여 명의 흥국생명 전속 설계사를 모두 자회사로 이동하는 방안과 기존 전속 설계사 조직을 유지한 채 자회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보험사가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세우면 모회사인 보험사는 판매 조직을 분리함으로써 인건비와 점포운영비 등을 줄여 고정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보험상품 개발 조직과 판매 조직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고 보험상품 판매영역도 생명보험상품뿐 아니라 손해보험상품까지 넓힐 수 있다. 나아가 필요에 따라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어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임 대표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 강화에 도입이 될 만한 작업들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는데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설립하면 기존 보험사의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법인보험대리점에서 여러 보험상품을 취급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 보험사 재무건전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RBC)의 최저기준인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내년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지급여력비율을 산출하는 방식이 달라져 더 많은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특히 흥국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올해 6월 기준으로 157.8%로 생명보험사 평균 지급여력비율인 216.2%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 재무건전성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에 임 대표는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에서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보험상품군의 비중을 바꿔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은 보험료는 적지만 만기 때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보험금이 적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흥국생명은 8월에 암 보장에 특화된 ‘흥·Good 내일이 든든한 암보험’을, 10월에는 간편심사로 유병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춘 ‘다사랑OK335 간편건강보험’을 내놨다.
임 대표는 9월 말에 10년물로 5년 콜옵션(조기상환)이 설정된 4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도 발행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가용자본(손실을 보전하는 자본량)을 요구자본(손실금)으로 나눠 산출한다. 후순위채권은 가용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임 대표는 올해 3월 취임했다. 보험전문가가 아니라 관가에서 폭넓게 활동해 온 인물이라 지난해 출소한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경영복귀를 염두에 둔 인사가 아니냐는 시선도 나왔다.
임 대표는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한국은행에 들어가 금융시장국, 통화정책국 등을 거쳐 인사경영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