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러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부 장관이 리즈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을 사실상 철폐했다.
감세 정책 실패로 집권 보수당 안에서 총리 사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 제러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부 장관이 17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근처에 세워진 차량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헌트 장관은 17일 영상으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소득세율 인하를 취소하고 에너지 요금 지원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시행이 예정됐던 현행 20% 소득세율의 1%포인트 인하안을 무기한 동결하고 에너지 요금 지원은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다.
앞서 영국 정부는 표준 가구 기준 에너지 요금을 2년 동안 연 2500파운드(약 400만 원)로 제한할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이 밖에 배당세율 인하, 관광객 면세, 주세 동결 계획 등도 뒤집혔다. 다만 이미 의회를 통과한 주택 취득세율 인하와 소득세 격인 국민보험 분담금 비율 인상 취소는 예정대로 시행한다.
헌트 장관은 지금까지 취소된 감세정책 규모가 연 320억 파운드(52조 원)라고 설명했다. 트러스 총리가 9월23일 내놓은 연 450억 파운드(약 73조 원) 규모의 감세안 가운데 대부분이 철회된 것이다.
트러스 총리가 재정 전망 없이 감세안을 발표하자 금융시장은 불안감에 요동쳤다. 그러자 트러스 총리는 부자 감세와 법인세율 동결을 철회하며 두 차례 정책 방향을 유턴했다.
헌트 장관의 이번 조치로 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와 국채 가격이 오르는 등 긍정적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한때 2.2% 올랐으며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37%로 0.4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영국 언론들은 감세를 통한 트러스 총리의 성장 공약이 폐기되면서 자리를 지킬 명분이 사라지고 헌트 장관이 ‘실질적 총리’처럼 보이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트러스 총리를 두고 ‘이름만 총리’라는 굴욕적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트러스 총리를 향한 사임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보수당 의원 100명가량이 불신임 서한을 보낼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