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0월17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국내 경제상황 악화 해결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 경선 이후 처음으로 지상파 전파를 탔다.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유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을 향한 발걸음을 한 걸음 더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전 의원이 상승세를 타면서 당 안팎에선 전당대회 경선룰에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거나 여론조사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유 전 의원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승민 전 의원이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전당대회 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시선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30분가량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유권자들에게 알렸다. 지방선거 경선에서 패배한 뒤 출판기념회나 대학 강연회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기는 했지만 방송사와의 공식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고 전당대회 날짜가 정해질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총선승리를 위해선 전략적으로 잘 판단해야 한다"고 민심의 지지를 받는 자신이 당대표에 적임자임을 에둘러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1위라는 내용의 기사를 링크해 올리는 등 당권도전을 시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방송 인터뷰를 통해 당권도전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넥스트위크리서치)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그보다 앞선 9일에는 같은 조사에서 자신이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는 결과를 SNS에 올렸다.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유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유 전 의원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 안팎에서 힘을 받는 모습이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민심은
유승민, 당심은
나경원인 양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전당대회) 여론조사라는 것이 민주당의 선택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넥스트위크리서치가 13일 발표한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6.2%를 얻어
유승민 전 의원(37.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나 부위원장은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당권에서 멀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지만 "비상근 자리이기 때문에 어떤 제한이 있지 않다"며 당 대표 선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일각에선 전당대회 룰에 역선택 방지조항이 포함되더라도 유 의원에게 크게 불리할 것은 없다는 시선도 있다.
13일 발표된 조사에서 정치성향별로 나눴을 때 보수층에서 유 전 의원은 22.9%의 지지를 받아
나경원 부위원장(22.0%)을 오차범위 안이지만 앞섰다. 이전 조사에선 나 부위원장(22.9%)이 유 전 의원(17.3%)을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던 것을 고려하면 보수층 내에서 유 전 의원을 향한 평가가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경북지역에서 당대표 적합도 1위를 달성하거나 보수성향 유권자로부터 차기 당대표로서 높게 평가되고 있는 점에서 유 전 의원이 '배신자' 프레임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유 전 의원도 이날 인터뷰에서 "정치를 하면서 소신을 가지고 양심을 지키면서 일관성을 유지했다"며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배신자 프레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감있는 모습을 내비쳤다는 평가다.
이러한 여론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역선택 방지조항이 적용되더라도 유 전 의원이 전당대회 여론조사에서 크게 불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도 역선택 방지 룰이 도입됐지만 당시
이준석 후보가 43.81%를 득표해
나경원 후보(37.13%)를 앞섰다. 치근에는
이준석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꾸준히 당원가입 독려하는 글을 올리며 비윤석열계인 유 전 의원에 유리한 세불리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비율을 줄이거나 아예 당원 투표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떠오른다. 현재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 비율을 10대0 또는 9대1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역선택 방지를 위해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 것은 유 전 의원을 겨냥한 조치인 만큼 일반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향후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등 위험부담도 없지 않다.
물론 친윤계(친윤석열계)가 당내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이 승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하면서 당권 교통정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 차출론까지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19일 원외당협위원장 오찬간담회를 진행한다. 취임 후 원외당협위원장들과 만나는 것이 처음인데 내부 단속에 나서는 것이라는 해석이 떠오른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