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금리시대가 지속되면서 한국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추월하는 역전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월세는 전세 보증금을 구하기 전까지 잠시 거치는 내집마련의 '시작단계'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룸과 빌라뿐 아니라 아파트도 월세로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금리인상에 월세 전성시대, 억대 보증금 대신 월세 받는 프롭테크 기지개

▲ 고금리시대가 지속되면서 한국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추월하는 역전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아파트단지 모습.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 임대차시장에서 전세 수요가 월세에 밀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계속 금리를 인상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의 금리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에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를 3%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대 시대에 들어섰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5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높여왔다. 이에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의 상단 금리는 이미 7%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한국 임대차시장은 전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월세시대로 접어들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 월세 거래량은 약 107만 건이다. 2014년 집계를 시작한 뒤 연간 기준으로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어섰고 처음으로 전세 거래량(약 101만 건)을 앞섰다.

전국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은 올해 1월만 해도 45.9%로 전세보다 낮았다.

하지만 4월 월세 거래 비중이 50%를 넘어선 뒤 5개월째 월세 거래가 전세를 앞지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2년 추이로 봐도 전국 월세 거래량은 2020년 약 88만7천 건에서 가파르게 늘어났고 전세 거래량은 같은 기간 128만5천 건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시장으로 좁혀봐도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의 소형아파트(전용면적 60㎡이하)에서 월세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소형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8만5506건 가운데 월세 거래량은 3만9891건으로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월세 비중이 가장 높았다.

무엇보다 서울 소형아파트 월세가격이 100만 원 이상인 거래가 7190건으로 전체 거래의 18%를 차지했다.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3.9% 증가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계약에서도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많이 받는 계약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국의 주택시장, 특히 아파트시장에서 대표적 임대차 형태는 전세였다. 그런데 월세의 1~2달치를 보증금으로 받는 임대차가 대부분인 해외와 비슷한 월세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도 서울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올해 8월 100.1을 보여 아파트 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크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고 작으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것을 뜻한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매물은 늘고 수요는 줄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2022년 9월 93.26으로 기준선인 100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강남11개구(92.5), 강북14개구(94.11)에서 모두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가 1년 전인 2021년 9월에 167.65, 올해 1월에 120.45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여실히 체감할 수 있다.

프롭테크기업의 행보에서도 한국 임대차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최근 프롭테크업계는 주택임대차와 주거관리서비스 영역에서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이 가운데 2020년 창업한 프롭테크기업 디엔코리아는 특히 아파트 월세 임대 서비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디엔코리아는 현재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신축급 아파트를 임대해 기존 수억 원에 이르는 전세보증금을 1천만 원대로 낮추고 월세를 받는 ‘동네 플렉스’를 주요 사업모델로 키우고 있다.

동네 플렉스는 당초 한국에서 몇 억대의 목돈 대출이 쉽지 않고 월세 제도에 익숙한 외국인 등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상품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시작 뒤 한국인들의 높은 수요를 확인하면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디엔코리아는 창업 뒤 2020년 12월 글로벌 프롭테크 투자사로 꼽히는 메타프롭 등으로부터 53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올해 초 시리즈A 투자까지 모두 400여억 원을 투자받았다. 

디엔코리아는 최근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선정한 2022년 가장 유망한 프롭테크 스타트업에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직방 등 1세대 프롭테크 기업들도 원룸, 투룸 월세 매물 정보제공을 중심으로 시작한 서비스 영역을 아파트 전월세 매물로 넓혀왔고 임대 중개 서비스에도 직접 뛰어들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금융리츠팀 연구원은 “한국 프롭테크가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플레이어’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초기 프롭테크는 웹 바탕의 정보 서비스와 중개에서 시작했지만 축적된 정보와 고객을 토대로 연관 산업으로 밸류체인을 확장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