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새 무역규제를 도입하면서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 매출이 약 30%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중국 관영매체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중국에 수출 비중이 높고 현지에서 반도체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큰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 중국 반도체를 겨냥한 미국정부 규제가 전 세계 반도체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중국 관영매체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11일 논평을 내고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수출규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미국 정부가 팩트를 확인한 뒤 정신을 차리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강도 높은 새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를 도입한 데 응답한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장비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을 하려면 사전에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새 수출제재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장비를 사들이기 어렵도록 막아 중국 반도체산업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낮추고 기술 발전 속도도 지연시키겠다는 목적에 따른 것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정부의 규제 발표가 나온 뒤 성명을 내고 이와 같은 조치가 국가 안보를 위해 중요하지만 미국 기업에 예기치 못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도체 장비 주요 시장인 중국에 수출을 하기 어려워지면 미국 장비업체들이 실적에 악영향을 받는 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반도체산업협회가 내놓은 성명은 현재 모든 미국 기업들이 반도체 규제를 바라보는 태도를 대변하고 있다”며 “예상할 수 없던 재앙을 겪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규제로 타격을 받는 것은 미국 반도체 장비기업만이 아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이번 규제가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 매출의 약 30%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이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기 어려워져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일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단절로 겪게 될 잠재적 악영향까지 고려한 수치다.
글로벌타임스는 “세계 반도체기업들은 중국이 미국 규제에 대응해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속도를 낸 뒤 해외에서 수입하던 물량을 빠르게 현지기업의 반도체로 대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규제가 자급체제 구축을 더욱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실제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반도체 수입 의존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낸다면 중국 수출에 의존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매출에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반도체공장을 운영하는 만큼 미국 정부의 규제로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 장비를 도입할 수 없게 돼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미국 정부에서 반도체 장비와 관련한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국 공장을 순조롭게 가동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국 정부의 새 규제 도입으로 중국 투자에 실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도 최근 들어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와 다소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이 주도한 반도체 국가 연합 ‘칩4 동맹’ 예비회의가 진행되었지만 한국 정부 측에서 예비회의 참여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꼽혔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과 일본 반도체기업들은 당초 칩4 동맹에 협력할 뜻을 보였지만 이제는 조금씩 거리를 두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며 “미국 정부 규제를 계기로 전 세계 반도체시장에 1~2년 뒤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