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배터리기업들의 가파른 성장세 속에서 국내 배터리기업 가운데 SK온의 시장 점유율 상승세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중단기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는 부정적 시선이 우세하다. |
[비즈니스포스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CATL을 중심으로 한 중국 배터리기업의 질주에도 국내 배터리기업 가운데 눈에 띄는 외형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신규 공장의 초기 가동비용, 수율 안정화 문제 등으로 인해 SK온이 목표로 세운 올해 4분기 흑자전환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 연간 흑자전환 가능성을 놓고도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1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국내 배터리기업 가운데 SK온의 외형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다.
SK온은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의 1~7월 글로벌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용량 집계에서 15.8GWh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8%나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전체 전기차배터리 사용량 증가율(76.0%)을 웃돌면서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 9.0%, 삼성SDI 56.3%) 가운데 유일하게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CATL, BYD, CALB 등 세계 10위 이내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같은 기간 모두 100% 이상의 사용량 증가율을 보여 SK온은 점유율 5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중국업체에 못지 않은 외형 성장을 보여준 셈이다.
SK온은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판매 증가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NE리서치는 SK온의 성장세를 두고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의 꾸준한 판매량 증가가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SK온은 지난해 10월1일 분할된 뒤 꾸준히 매출을 늘려오고 있다. SK온은 분할설립 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2분기 모두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며 외형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SK온은 3분기부터 양극재, 음극재 등 높아진 배터리 소재 가격을 배터리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또 올해 초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코마롬 2공장(10GWh)의 양산 수율도 초기 낮은 수준에서 우상향을 그리며 정상범위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SK온이 목표로 하고 있는 올해 4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을 놓고 증권업계에서는 부정적 시선이 좀 더 우세하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2분기 실적발표 뒤 SK온의 향후 실적 전망치를 내놓으며 올해 4분기에도 여전히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SK온 실적 전망치는 내놓은 증권사 8곳 가운데 6곳은 SK온이 올해 4분기에도 영업손실(최대 240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온은 일부 소재 가격의 하향 안정화, 신규 공장 안정화 등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의 여지는 있다"면서도 여전히 4분기 흑자전환에는 투자비 부담, 수율 개선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SK온은 흑자전환 시점이 미뤄지게 되면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금 마련에도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만큼 수익성 개선이 중요한 셈이다.
SK온은 올해 초부터 자체 기업가치를 최대 40조 원으로 평가하고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분 10%, 최대 4조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 SK온이 올해 4분기를 넘어 2023년 연간 흑자전환 달성도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은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투자금 유치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몸값을 낮춘 뒤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조 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로 방향을 바꿨지만 이마저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성 확보가 중장기 성장기반 마련에도 뚜렷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SK온은 최근 조직개편과 함께 진교원 전 SK하이닉스 개발제조총괄 사장을 영입해 배터리사업 안정화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SK온은 9월1일자로 신설한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진 사장을 앉혔다.
진 사장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SK하이닉스에서 개발, 양산, 품질 등 반도체 생산 전반을 책임져왔다. 이와 함께 최고운영책임자 아래 운영최적화, 마케팅, 글로벌 생산기술, 글로벌 제조, 연구원, 구매, 차세대 배터리 등 주요 사업부서를 모두 배치했다.
SK온도 진 사장을 최고운영책임자로 영입하면서 “수율을 높여 생산, 공급을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 변화에 따른 고객들 눈높이는 맞추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K온은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말 77GWh에서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배터리 소재 가격 안정화, 판가 연동, 해외 공장의 수율 안정화 등을 통해 4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조직개편을 기점으로 중장기 실적 성장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