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FC 팬들이 8월28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수원FC의 경기에서 매각설 등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프로축구 K리그1의 시민구단 성남FC가 매각설에 흔들리고 있다.
구단주인 신상진 성남시장이 성남FC 운영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구단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시민구단은 정치와 밀접한 관계다. 구단을 운영할 재원 대부분을 소속 지자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구단주가 지자체장인 만큼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라 구단의 운영방향과 지출규모까지 달라진다.
11일 여러 지자체 및 축구계에 따르면 성남FC가 K리그1 시즌종료와 함께 강등되면 구단 매각 또는 해체 작업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상진 시장으로부터 성남FC 매각설이 불거진 뒤 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최근 성남시는 연고지 유지를 목표로 투자유치에 나서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K리그1 38라운드 가운데 31경기가 치러진 상황에서 성남FC는 리그 꼴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성남FC가 강등되면 K리그1가 아니라 언론 노출이 적은 K리그2 소속이 돼 투자하겠다고 나설 기업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성남시는 일정 기간 투자 유치 활동 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성남FC 운영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경영권 100% 매각, 지분율 양도 등 시에 유리한 조건을 판단하겠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결국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연고지 이전이나 매각, 해체 후 세미프로리그인 K3·K4리그 구단 전환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신 시장이 '비리단체'라 규정한 성남FC에 투자하겠다고 선뜻 나설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도 물음표가 붙는다.
앞서 지난 7월 신 시장은 주간조선과 인터뷰에서 '대기업 후원금 유용 의혹'으로 구단이 수사를 받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혈세 먹는 하마, 성남FC 하면 비리의 대명사가 됐다"며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매각하거나 어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다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성남FC 운영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신 시장의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 성남FC 서포터즈 '블랙리스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매각 반대 성명을 내고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홈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연고 이전 및 해체 반대 걸개를 거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단 매각 결정을 철회하라는 글이 성남시청 청원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했고 성남시청 앞에서 팬들의 1인 시위도 이어졌다.
입지가 불안한 시민구단으로 대구FC도 거론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시민구단을 바라보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시민 축구단은 재정이 워낙 열악하다"며 "전부 기업 축구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홍 시장은 경남도지사 재직 시절 경남FC가 2부리그로 강등되자 구단해체를 시사하기도 했다.
대구시가 최근 민선8기 첫 추가경정예산안에서 대구FC에 운영비 23억 원을 편성하면서 구단 1년 예산 규모를 그대로 유지해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셈이다.
대구FC는 리그 하위권에 머물면서 성남FC, 김천상무 FC 등과 강등권 탈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다만 시민구단에 부정적인 지자체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K리그2에서 뛰는 FC안양의 구단주 최대호 안양시장이 대표적이다. 최 시장은 2010년 첫 시장직을 맡았을때 FC안양 창단을 적극 밀어부쳤고 2014년 시장 연임에 실패한 이후로도 경기를 자주 보러 갈 정도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시장이던 2020년 6월6일에는 FA컵 경기에서 구단주 신분으로 본인이 직접 중계진으로 나서기도 했다. 최 시장이 지난 6·1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면서 전용구장 설립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수 김포시장도 시민구단을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김 시장은 오래전부터 김포FC 창단에 힘써와 김포FC 창단의 '숨은 공로자'로 평가된다.
김포FC는 2013년 '김포시민축구단'으로 시작해 지난해까지 K리그3에서 뛰었다. 올해 프로축구인 K리그2에 합류했다.
김 시장은 지난 3월 스포츠춘추 인터뷰에서 "김포가 인구 50만 명의 대도시로 성장하고 프로축구단까지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느냐, 김포하면 으레 시골을 떠올리던 시절이 불과 10여 년 전밖에 되지 않는다"며 "김포와 김포FC 발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프로축구단 출범을 앞둔 지자체들도 있다.
충북 청주를 연고로 하는 청주FC와 충남 천안을 연고로 하는 천안FC는 현재 세미프로인 K3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내년 프로리그인 K리그2에 합류한다. 청주시와 천안시는 각각 6월과 8월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2023년 K리그2 참가를 승인받았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