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애니메이션 노래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심경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수록곡 가운데 하나인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의 영상을 공유하고 "스카에게"라며 가사 일부분을 적었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전 대표가 8월17일 서울시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쿠나 마타타는 스와힐리어로 '문제 없다'는 뜻이며 '근심 걱정 모두 떨쳐버려라'는 의미도 있다.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추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에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스카는 주인공 심바의 삼촌이다. 심바의 아버지인 사자 왕국의 왕 무파샤를 살해하고 음모를 꾸며 어린 심바를 사자 왕국에서 쫓아냈다.
이 전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스카에, 자신을 사자 왕국에서 쫓겨난 심바에 비유한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8월에도 페이스북에서 라이온 킹을 언급하며 하쿠나 마타타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당시 이준석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이 "남을 내리누르지 마라"고 하자 "하쿠나 마타타"라고 말했다.
최근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생각 등을 디즈니 노래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8일에는 페이스북에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의 주제곡 '스피치리스(Speechless)'를 공유했다. 이 곡의 가사는 내 입을 막고 나를 막아도 나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글을 쓰며 듣는 오늘의 노동요"라며 "알라딘의 결말은 새로운 세상(a Whole New World)"라고 덧붙였다.
7월29일에는 애니메이션 '노트르담의 꼽추' 주제곡 '썸데이(Someday)' 한국어 버전 영상을 공유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후 전국을 돌고 있었다. 이 전 대표는 "디즈니 노래는 항상 메시지가 있다"며 "영혼이 없는 그 섬의 사람들에게 바친다"고 적었다. 섬데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직후인 7월8일에는 '포카혼타스’ 주제곡 '바람의 빛깔(Colors of the Wind) 한국어 버전 영상을 별다른 설명 없이 올렸다.
이 노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하는 인간의 욕심과 다양성의 가치를 그려낸 서정적 분위기의 곡이지만 중징계를 받은 이 대표의 정치적 처지와 맞물려 의미심장하게 해석됐다.
가사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때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는 데에도 바람의 빛깔 노래를 이용했다. 이 대표는 2018년 바른미래당 서울 노원병 지역위원장이었던 당시 안 후보가 '공천파동'을 일으켰다며 공개 저격했다.
이 전 대표는 1985년 출생으로 19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디즈니 키즈 세대다. 이 전 대표가 공유한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의 원작은 1994년, 알라딘의 원작은 1992년, 노트르담의 꼽추는 1996년, 포카혼타스는 1995년에 각각 나왔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