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릭 홀콤 인디애나주 지사가 8월25일 한국을 방문해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아시아 순방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주 주지사가 대만에 이어 한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 및 기업 경영진과 만나 경제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 투자를 앞두고 있는 삼성SDI와 새 공장 건설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홀콤 주지사에 적극적 협력 제안을 받을 만한 후보기업으로 거론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에릭 홀콤 인디애나주 주지사는 22일 대만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경제 협력과 관련한 주제로 면담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홀콤 주지사는 대만 일정을 마친 뒤 24일 한국으로 이동해 이틀 동안 여러 공식 행사와 비공식 회의 등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는 대만으로 이동하기 전에 미국 현지 지역방송 CBS4인디에 출연해 “대만과 한국 방문은 반도체 및 전기차 배터리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홀콤 주지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에 참석하고 누구와 만날지는 아직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인디애나주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홀콤 주지사가 한국 정부 인사와 기업 경영진, 학계 관계자를 만나 경제 등 분야의 협력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내용이 전부다.
그러나 홀콤 주지사가 현지언론을 통해 반도체 및 배터리 투자 유치 노력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한 점을 근거로 다양한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우선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최근 스텔란티스와 25억 달러(약 3조3천억 원) 이상을 들이는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내놓은 삼성SDI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삼성SDI의 배터리공장 투자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홀콤 주지사 측에서 이와 관련한 여러 주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과 향후 일정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 경영진과 홀콤 주지사의 면담이 진행될 수도 있다. 배터리공장과 가까운 지역에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이 공장 가동과 원가 절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제4 배터리 합작공장 투자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홀콤 주지사의 한국 방문이 이뤄진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 삼성SDI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공장 참고용 이미지. |
로이터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공동으로 건설하는 네 번째 배터리공장 후보지로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을 검토하고 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관계자는 로이터를 통해 “인디애나주에 잠재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을 검토하며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공장의 투자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7천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얼티엄셀즈가 미국 미시건주와 테네시주, 오하이오주에 이미 투자 계획을 내놓은 제1~3 배터리공장과 비슷한 규모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아직 미국 신공장 후보지나 투자 규모, 건설과 가동 시기에 관련해 확정된 내용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홀콤 주지사가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 방문을 앞두고 LG에너지솔루션 측에 공장 투자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러브콜’을 적극 보냈을 가능성도 유력하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인디애나주 주지사 방문과 관련해 확인할 수 있는 일정은 없다”며 “새 배터리공장 투자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홀콤 주지사가 미국 현지 방송에서 대만 및 한국 방문 일정과 배터리공장 투자 유치 노력을 함께 언급한 점은 이번 출장을 계기로 어느 정도 성과를 가져오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11월 진행되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면 홀콤 주지사가 연임에 성공하고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노력은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전기차 배터리공장 투자로 결실을 맺었지만 GM 및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공장 유치까지 성공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다.
홀콤 주지사가 반도체공장 투자 유치와 관련한 내용도 언급한 점을 볼 때 이번 순방에서 대만 TSMC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 경영진을 만날 가능성도 나온다.
그는 대만 및 한국 정부 관계자와 만나는 자리에서도 적극적으로 기업들이 미국 인디애나주에 공장 투자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바이든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반도체 지원법 및 인플레이션 완화법을 통해 현지에 생산공장 건설을 적극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대만과 한국 기업들을 설득하기도 유리한 시점으로 꼽힌다.
홀콤 주지사는 대만과 한국 출장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만과 한국에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핵심 산업에서 장기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