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2분기 국제선 회복에 힘입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2분기 국제선 회복에 힘입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위기를 지나며 몇 년째 적자를 이어왔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흑자를 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21일 증권업계와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하반기에는 저비용항공사들이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항공사(FSC)들이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항공화물을 크게 늘리면서 역대 최대실적을 새로 썼지만 여객 비중이 높았던 저비용항공사들은 그동안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다만 올해 4월 이후 코로나19 방역 체계 완화에 따라 국제선이 재취항을 시작하며 저비용항공사들의 실적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먼저 흑자전환의 기대를 모으는 곳은 진에어다.
진에어는 올해 2분기 개별기준으로 매출 1264억 원, 영업손실 151억 원을 봤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99% 늘었다. 영업손실을 보면서 적자를 이어갔지만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보다는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에어는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첫 번째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부채비율이나 유동성 등 재무구조 역시 가장 양호하다”고 바라봤다.
진에어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 데는 국제선 여객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진에어의 2분기 국제선 여객 수송 실적은 7만6천여 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1300% 증가했다. 6월만 놓고 보면 진에어의 국제선 탑승률은 80%를 웃돌며 손익분기점(BEP)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8월부터 여름 성수기를 맞아 국제선 노선을 증편함에 따라 3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는 하반기에 흑자로 전환하면서 2022년 한 해 동안 매출 582억 원, 영업손실 500억 원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135.5% 늘고 영업손실은 73% 감소하는 것이다.
2023년 국제선 운항이 완전히 회복된다면 진에어는 영업이익 1120억 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실적을 새로 쓸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도 2분기 시작된 실적 개선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262억 원, 영업손실 557억 원 냈다. 매출은 68% 늘었지만 영업손실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에 영업손실 712억 원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손실이 155억 원가량 줄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이 2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크게 개선된 영업손익을 발표했다”며 “하반기에는 국제선 수송객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면서 추가 영업손익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제주항공이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었던 직접적 원인은 국내선 여객단가 상승이다. 2분기 제주항공의 국내선 여객단가(yield)는 129.5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2.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에 국내선 여객서비스 공급량(ASK)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지만 국내선 매출은 1070억 원으로 72.8% 늘었다.
이처럼 국내선 여객단가 상승을 불러온 근원적 요인은 국제선 회복에 있다. 국제선 수요가 개선되면서 국내선 항공기 일부를 국제선으로 돌리면서 국내선은 좌석 부족 현상이 발생해 운임이 높아졌다.
제주항공의 올해 2분기 국제선 여객 공급량은 지난해 2분기보다 379.6% 급증했다.
티웨이항공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선 노선을 2분기부터 일부 재개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티웨이항공은 2분기에 싱가포르, 베트남 다낭, 태국 방콕 등 노선의 운항을 재개했다.
티웨이항공은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37억 원, 영업손실 295억 원을 냈다. 지난해 2분기 보다 매출은 65% 증가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52억 원 축소됐다.
에어부산도 2분기에 실적을 개선했다. 에어부산은 올해 2분기 매출 840억 원, 영업손실 210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72% 늘고 영업손실은 286억 원(78%) 줄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 공항의 국제선 총여객은 185만5천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2.8% 급증했다. 올해 6월보다는 44% 늘었다.
국제선과 국내선을 모두 더한 전체 여객 수송량은 2019년 평균 여객 수송량과 비교해 24% 수준까지 회복됐다.
하반기에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장기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견고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부담에 따른 여행 수요 둔화를 걱정하지만 오히려 문제는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공급 증가다”며 “2년 넘게 나가지 못한 해외여행에 대한 이연수요로 언제든 나갈 준비가 돼 있어 결국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항공권 가격은 코로나19 위기 이전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최근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9월 유류할증료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여객수요 회복에 긍정적이다. 항공업계는 유가가 오르면 유류할증료를 통해 승객들에게 부담을 일정부분 전가하는데 유류할증료가 오르면 항공수요 회복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유류할증료는 올해 3월부터 지속적으로 올라 7월과 8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2단계를 적용했다. 이는 2016년 5월 유류할증료 거리 비례구간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단계다.
하지만 9월에는 이보다 6단계 하락한 16단계가 적용된다. 8월에는 유류할증료가 최저 4만2900원부터 최대 33만9300원까지 부과됐지만 9월부터는 3만5천 원부터 25만9천 원으로 내려간다.
일본 노선이 이르면 4분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저비용항공사에게는 호재다. 코로나19 이전 저비용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비중은 최대 30%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여행수요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하루 신규확진자는 19일 0시 기준 13만8812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17일에는 18만 명을 넘기며 4월 중순 이후 18주 만에 최고치를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 여행 심리가 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여행 수요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추가적인 방역정책 완화와 여행 심리 회복,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감소 등이 이어지면 하반기에도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