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수주를 했다.
정성립 사장은 이번에 수주 물꼬를 트면서 경영정상화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9일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 산하 마란가스와 마란탱커스로부터 각각 액화천연가스(LNG)선 2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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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계약금액은 모두 5억8천만 달러(6763억 원)로 올해 국내 조선사가 올린 수주실적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에 4척의 추가 옵션계약도 체결했다. 옵션이 행사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수주금액은 최대 11억6천만 달러까지 늘어나게 된다.
정 사장은 “회사가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지원에 힘입어 경영난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며 “수주의 물꼬를 튼 만큼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이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를 위해 해외영업 일선에 나서왔던 노력이 이번 수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3월 이란을 시작으로 4월 그리스 등 유럽, 5월 미국 등 해외출장을 다니며 해외선주들과 직접 만나 선박 발주를 호소해왔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이란 국영조선소에 선박을 만드는 기술을 전수해주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란은 향후 발주할 선박과 해양플랜트 등을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추가 자구안에 올해 수주환경이 계속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35억 달러의 수주를 가정한 비상계획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초 수주목표로 세웠던 110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최악의 수주가뭄이 계속돼 이런 가정도 어긋난다면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 압박을 받게 된다. 다행히 이번에 대규모 수주를 하면서 그 가능성은 낮아졌다.
정 사장은 하반기에 수주회복을 자신하고 있다.
정 사장은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조선해양 박람회인 ‘2016 포시다니아’에서“유가가 반등하고 있는 현재 분위기가 지속돼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안정을 찾으면 금융안정으로 이어져 하반기에 수주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사장은 “올해 하반기 상당한 수준의 시장환경 개선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하면 1분기 적자까지 덮어 상반기 전체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과 이번에 수주계약을 맺은 그리스 최대 해운선사 안젤리쿠시스그룹이 발주를 재개한 점도 향후 수주 전망을 밝게 한다.
안젤리쿠시스그룹은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고 판단할 때 선박을 선제적으로 발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안젤리쿠시스그룹이 대우조선해양에 선박을 신규로 발주한 것도 해운업황이 살아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