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가운데)이 8월3일 대만 타이베이 입법원(의회)에 도착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당국이 대만 여당이자 자립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진보당(민진당)을 겨냥해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는 내용의 대만 관련 백서를 발표했다.
대만과 평화적 통일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에 무력 행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도 명확하게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11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백서에 ‘대만독립’이라는 단어가 36번 언급됐고 민진당을 비판하는 내용은 4차례 언급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전날 관영매체 신화사를 통해 ‘대만 문제와 신시대 중국 통일 사업’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공개했다. 백서는 권위가 있는 주요 문건 혹은 보고서를 뜻하며 중국 당국이 보통 공식 입장이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위해 발간한다.
1993년과 2000년 이후 22년 만에 대만 문제와 관련한 백서를 내놓은 것이다.
백서 제목에 언급된 신시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주창하는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라는 통치 철학을 뜻하는 것으로 분석되며 하반기에 시 주석의 연임이 결정되면 더 본격적으로 대만 통일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백서에 민진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진당의 행보는 중국과 대만 관계에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이 평화통일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꼭 제거해야 하는 장애물이라는 내용이다.
환구시보는 “민진당이 경계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하나의 강력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백서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인 것은 의심할 여지도 바뀔 여지도 없다 △중국공산당은 조국의 통일을 반드시 추진한다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막을 수 없다 △신시대 신여정에서 조국 통일을 추진한다 △조국 평화통일 뒤 밝은 미래 등 다섯가지 목차로 나눠져 있다.
중국의 발전을 통해 대만과 관계 발전 방향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점과 분열을 조장하는 모든 시도를 좌절시키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설명돼 있다.
통일을 촉진하는 것과 동시에 대만의 독립을 막기 이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백서에 대체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뤄나가겠다는 의미의 온화한 표현들이 담겨 있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고 약속할 수 없다”와 “비평화적 방식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다”라는 문장도 있다.
특히 무력을 사용할 대상은 외부 방해 세력과 대만 내부의 독립주장 세력이라는 점도 설명돼 있다.
반면 일국양제(하나의 중국, 두 개의 제도)에 기반한 평화적 통일 체계를 인정하는 모든 국가는 대만과 경제적, 문화적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고 더 나아가 중국 당국의 승인 아래 대만에 영사관 혹은 기타 공관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를 통해 실시한 일국양제에서 얻은 경험까지 반영해 ‘일국’과 ‘양제’의 기본 개념도 추가로 정립했다”며 “백서는 신시대에서 추진할 국가 통일 사업의 또 다른 강령적 문헌”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진행된 데 이어 추가 대응 전략으로 백서가 발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왕잉진 중국 인민대학 양안관계연구센터 주임은 현재 시점에 백서가 나온 것은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더 나아가 미국과 대만의 결탁을 경고하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왕 주임은 “대만 독립 주장 세력이 독립을 더 크게 외칠수록 중국은 통일을 더 크게 외치고 외부세력이 개입할수록 통일을 향한 걸음은 더 빠르고 힘도 세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국가의 완전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 앞으로 당국의 대만 관련 전략에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이 백서는 통일촉진 선언서이자 대만독립 반대 선언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