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11곳의 반도체공장을 신설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내놓은 뒤 수자원 확보 관련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법인 건물.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신설하는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두고 공장 운영에 충분한 산업용수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수자원 양에 한계가 있는 반면 반도체공장의 물 사용량은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결국 투자 계획을 일부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3일 현지언론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에서 물 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에서 사용하는 물은 2020년 기준 하루 2423만 리터 정도로 집계됐다.
오스틴 수자원 당국에서 하루에 공급할 수 있는 물 양은 5억3336만 리터 수준인데 삼성전자에서만 5% 수준에 가까운 사용량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인근 지역인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건설하는 신규 파운드리공장의 물 사용량은 하루 5678만 리터로 오스틴 공장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최근 오스틴과 테일러에 모두 11곳의 반도체공장을 새로 짓는 중장기 증설투자 계획을 현지 당국에 제출한 점을 고려하면 물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은 “반도체산업은 웨이퍼를 세척하고 장비를 식히는 등 과정에서 많은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자원과 매우 밀접하다”며 “산업용수 확보 방법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시장 조사기관 엔드포인트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텍사스주에 반도체공장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자원 문제가 가장 큰 관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 등 다른 자원은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만 물은 자연적으로 한계가 있는 자원이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이외에 다른 반도체기업과 테슬라 등 전기차공장도 텍사스주 차원의 적극적 투자 지원에 힘입어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은 앞으로 삼성전자와 현지 당국 차원의 수자원 재활용 및 절약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11곳의 공장 증설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시점은 앞으로 약 20년 뒤라는 점을 고려할 때 수자원 확보 방안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자원 특성상 어느 정도 절대적 한계가 있고 기후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래 상황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물은 현지 주민들의 생활에도 필수적 자원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 기업이 수자원 확보에 우선순위를 얻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런 점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물을 재활용하는 시스템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오스틴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재활용한 물 사용량은 현지 당국에서 사들인 수자원 사용량의 41%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활용 공정을 거쳐 반도체공장에서 쓰인 전체 수자원 양도 2017년 대비 약 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오스틴법인 관계자는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을 통해 “환경 문제에 책임을 두고 지속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텍사스주 당국에 제출한 11곳의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은 세제혜택 등 지원을 선제적으로 약속받기 위한 목적으로 수립됐다.
아직 투자 계획이 구체화된 단계가 아니고 삼성전자가 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의무사항도 없는 만큼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공장 투자가 미뤄지거나 일부 철회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오스틴 당국 관계자는 오스틴아메리카스테이츠맨을 통해 “우리가 인근에 충분한 수자원 조달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 사용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