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초고층 복합업무지구로 탈바꿈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
[비즈니스포스트] 최초 4선으로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축구장 70개 면적에 이르는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에 국제업무지구를 만드는 사업을 15년 만에 다시 추진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세와
윤석열 정부 출범 등 적기를 맞아 오 시장은 과거 사업 실패 요인을 보완해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 하반기 기반시설 착공, 2025년에는 거점 부지 착공을 목표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서울 용산에 한국철도공사 등이 소유하고 있는 축구장 약 70개 면적과 맞먹는 50만 제곱미터 대규모 국공유지다. 오 시장은 이곳에 약 12조5천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업무와 주거, 문화가 복합된 국제업무지구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오 시장은 개발 설명회에서 "더 늦기 전에 용산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과 기회를 극대화하는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글로벌 도시경쟁력과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미래 중심지로서의 국제업무지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이미 2007년 오 시장 1기 재임 시절에도 추진됐지만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좌초됐다 부활한 것이다. 일찍부터 단군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오 시장 이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기간에는 개발보다 도시 재생에 역점을 두면서 부지가 방치됐다.
오 시장은 당시 실패 원인이 됐던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와 자금난,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민간 중심 개발 방식, 중앙정부와의 주택공급 규모를 둘러싼 이견 등 각각의 문제점들을 이번 계획에 보완해 반영했다.
먼저 공공기관인 한국철도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동으로 사업시행자가 돼 사업을 추진한다. 2007년 사업을 추진할 때 사업시행자였던 삼성물산이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을 포기했고 이를 이어받은 롯데도 자금 문제로 철도공사와 마찰을 빚었던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공공이 약 5조 원의 재원을 선제 투입해 부지 조성과 인프라 구축을 한 뒤 구역을 여러 개로 쪼개 민간에 매각하면 개별 부지별로 각각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금리인상 등에 따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이는 시장 상황은 오 시장에게 기회로 평가된다.
앞서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8년 서울시가 내놨던 경부선 지하화 및 용산공원 일대 개발 계획은 인근 집값이 들썩인다는 우려로 무기한 연기됐다.
서울시는 이번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지 주변에 토지거래 허가 구역을 설정해 기본적 투기 수요를 차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데 힘입어 과거 개발부지 내 주택공급 규모를 두고 엇갈린 태도를 보였던 국토교통부와 합의도 성사시켰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주택 수를 6천 가구 규모로 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동주택 1만 가구 공급 결정과 비교하면 주택 규모가 4천 가구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전체 부지의 70% 이상을 업무·상업 등 비주거 용도로 채울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둘러싸고 가뜩이나 부족한 서울 도심 공공토지를 기업에 넘기는 것이라는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존재했다.
윤석열 정부가 용산정비창 부지를 업무지구로 만든다는 오 시장의 계획에 지원군이 돼준 셈이다.
오 시장은 또 2007년 사업 당시 인근 서부이촌동을 개발 구역에 추가해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연계하려다 결국 주민 보상 문제가 복잡해지며 또 하나의 실패 요인이 됐던 점을 반영해 이번 사업 범위에서 서부이촌동을 제외했다.
이 밖에 서울시 최초의 ‘입지규제최소구역’ 제도를 마련해 법적 상한 용적률 1500%를 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123층 555미터 마천루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보다 높은 랜드마크 건물도 들어설 수 있게 됐다.
6월 지방선거에서 지난 12년 동안 더불어민주당이 70% 이상을 차지했던 서울시의회 의석을 국민의힘이 3분의 2를 차지한 것은 오 시장에게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구청장이 국민의힘으로 바뀐 점도 오 시장으로선 우군을 얻은 것으로 여겨진다. 용산구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12년 동안 3선 임기를 채운 곳이었다.
오 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세계 첨단기술 기업들을 유치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를 만든다는 포부를 지녔다.
최첨단 기술기업과 연구개발(R&D)·인공지능(AI) 연구소, 국제기구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업무공간과 마이스(기업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시설, 비즈니스호텔, e-스포츠 콤플렉스 등이 부지에 들어선다.
국제업무지구 전체의 50% 이상은 공원 등 녹지로 조성된다. 이를 목표로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용산공원과 한강으로 뻗어나가는 방사형 녹지체계도 구축한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