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프로세서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퀄컴이 TSMC의 4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을 활용하는 ‘스냅드래곤8+ 1세대’ 프로세서로 기존에 출시한 제품과 비교해 큰 폭의 성능 개선을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SMC에서 생산한 프로세서가 삼성전자 4나노 파운드리 기반 퀄컴 프로세서와 뚜렷한 성능 격차를 나타낸다면 삼성전자가 4나노 공정으로 고객사 주문을 수주하는 데 불리해질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는 22일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프로세서와 이전 제품의 차이는 각기 다른 업체가 위탁생산을 맡았다는 것”이라며 “이것만으로도 큰 성능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WCCF테크는 유명 팁스터(내부정보 유출자) 아이스유니버스의 분석을 인용해 하반기 퀄컴 신형 프로세서를 탑재해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성능과 전력 효율에 큰 폭의 발전을 예고했다.
퀄컴이 삼성전자 4나노 공정을 활용해 생산하고 상반기에 출시한 스냅드래곤8 1세대 프로세서는 성능과 전력효율 등 측면에서 그다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 4나노 반도체 공정기술이 TSMC의 4나노 미세공정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퀄컴도 이런 측면과 삼성전자의 4나노 반도체 생산수율 등 문제를 고려해 차기작인 스냅드래곤8+ 1세대 제품부터는 TSMC에 모두 생산 물량을 맡기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4나노 미세공정은 현재 파운드리사업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전자와 TSMC가 모두 최신 공정으로 앞세워 고객사의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고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을 서둘러 도입하고 충분한 생산 능력을 갖춰낸 성과를 통해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 양산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차기 제품 수주 기회는 TSMC에 빼앗기게 됐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1분기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TSMC의 점유율이 높아진 점도 삼성전자 4나노 미세공정 수율 문제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4나노 미세공정 생산라인 확대와 수율 안정화 속도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역성장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4월 말 콘퍼런스콜을 통해 4나노 미세공정의 초기 수율 향상이 다소 지연되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현재는 계획된 수율 향상 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최대 고객사로 자리잡았던 퀄컴이 TSMC 4나노 공정으로 프로세서 생산 물량은 맡긴 점은 앞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주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퀄컴이 삼성전자보다 TSMC의 4나노 공정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고객사들도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때 이런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WCCF테크에서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 아직 구체적 수치 등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인 만큼 스냅드래곤8+ 1세대의 실제 성능 개선폭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퀄컴의 새 프로세서가 실제로 고객사 스마트폰에 탑재됐을 때 상반기에 출시한 프로세서와 실제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 기술이 TSMC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세서 성능 개선은 위탁생산 공정뿐 아니라 퀄컴 등 설계업체의 반도체 설계 능력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WCCF테크에 따르면 퀄컴이 이미 내년 상반기 선보일 스냅드래곤8 2세대 위탁생산도 TSMC의 4나노 미세공정에 맡겼다는 소문이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스냅드래곤8 2세대 제품 양산까지 아직 수 개월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충분한 수율 개선과 생산 능력 확충에 성공한다면 수주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아직 열려있다.
삼성전자와 TSMC의 4나노 미세공정을 통한 고객사 반도체 수주 경쟁은 내년까지 파운드리사업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안에, TSMC는 하반기에 차세대 공정인 3나노 도입을 앞두고 있지만 공정 난이도를 고려할 때 단기간에 생산 능력을 키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4나노 미세공정이 당분간 주요 고객사의 고성능 반도체 위탁생산에 주력으로 쓰이면서 실적을 책임지는 경쟁요소로 자리잡게 될 공산이 크다.
TSMC가 4나노 공정으로 수주한 고객사 주문이 이미 생산능력 대비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삼성전자가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충분한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