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1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다시 조립동으로 이송되기 위해 발사대에서 내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누리호 2차 발사가 21일 이뤄진다.
누리호 2차 발사는 시험발사에서 상용발사로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만큼 이번 2차 발사를 통해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3차 발사부터는 상용발사, 우리 기술로 위성 궤도에 올릴 수 있을까
21일에 진행되는 누리호 2차 발사는 누리호 개발사업(KSLV-2)의 마지막 단계다. 2차 발사에서 누리호가 모든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되면 개발사업은 완료되고 상용발사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이번 누리호의 2차 발사 임무 가운데 실제 위성을 궤도 안에 올려놓는 것이 포함된 이유도 상용발사 전 마지막으로 위성 궤도 안착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이번 2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1차 발사에서 궤도에 안착하는 데 실패했던 1.3톤의 위성모사체, AP위성에서 제작한 성능검증위성(PVSAT), 성능검증위성에서 사출되는 4개의 큐브위성을 싣고 태양동기궤도(지상 700km)로 향한다.
4대의 큐브위성은 각각 조선대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한국과학기술대학교(KAIST)가 제작했다.
2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누리호는 2023년 1월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서 개발한 100kg급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궤도에 올려놓는 임무를 맡게 된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우주 공간에서 여러 기술들을 검증하고 우주 방사선 등을 관측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24년 3월 4차 발사, 2026년 6월 5차 발사, 2027년 9월 6차 발사를 통해 차세대소형위성 3~11호,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궤도에 올려놓으면 누리호의 모든 임무는 끝이 나게 된다.
▲ 누리호 2차 발사에 탑재되는 성능검증위성 이미지.<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식 영상 갈무리> |
◆ 우리 기술로 달에 간다는 꿈, KSLV(한국형발사체)-III 3호 사업은 누리호와 무엇이 다를까
그렇다면 누리호의 모든 임무가 끝나면 대한민국의 우주탐사는 어떤 길로 나아가게 될까? 이에 대한 해답은 2028년 첫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 3호 'KSLV-III'이 쥐고 있다.
누리호와 한국형발사체 3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목표 궤도와 재사용 가능 여부다.
누리호의 목표 궤도는 지상 200~2천 km에 해당하는 ‘지구 저궤도’다. 이번 누리호 2차 발사에 실린 성능검증위성 역시 지상 700km 위치에 있는 태양동기궤도에 올려진다. 태양동기궤도란 이 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인공위성이 지구의 어떤 지점 상공을 통과할 때 그 지점에서의 태양 고도가 항상 일치하는 고도를 뜻한다.
반면 KSLV-III는 정지궤도에 실용위성을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다.
정지궤도란 지구와 정확히 같은 속도로 자전해 지구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위성이 허공에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궤도를 뜻한다. 정확한 위치는 위도 0도인 적도의 3만6천km 상공이다.
현재 대부분의 방송, 통신 위성이 이 궤도를 공전하고 있으며 1개의 위성만으로 지구 전체 표면의 1/3 정도를 커버할 수 있어서 효율성이 높다. 지구 중력의 영향 등을 적게 받기 때문에 위성의 수명도 저궤도 위성보다 더 길다.
KSLV-III는 개발 시점부터 ‘발사체 재사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다는 것도 누리호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KSLV-III에는 누리호와 달리 On-Off가 가능한 엔진이 탑재된다. 분사되는 연료의 양을 조절해 엔진의 추진력이 변할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발사체의 재사용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
또한 1단 로켓에 75톤 엔진 4개, 2단 로켓에 75톤 엔진 1개, 3단 로켓에 7톤 엔진 1개로 구성된 누리호와 달리 KSLV-III에는 1단 로켓에 100톤 엔진 5개, 2단 로켓에 10톤 엔진 2개가 장착되기 때문에 약 1.8톤의 물체를 달까지, 1톤의 물체를 화성까지 보낼 수 있게 된다.
반면 누리호가 달이나 화성까지 보낼 수 있는 무게는 최대 100kg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도하고 있는 한국형 달탐사선 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 KSLV-III를 통해 무인 달착륙선을 발사하게 된다. 외부의 도움 없이 우리만의 기술로 달탐사선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한국은 소련(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2022년 8월 예정), 일본(2022년 10월 예정), 이스라엘(2024년 예정), 유럽, 캐나다(2027년 예정), 터키(2028년 예정)에 이어 세계에서 9번째로 달에 착륙선을 보낸 국가가 된다.
◆ 우주탐사를 위한 발사 연기의 역사, 상용발사 앞둔 만큼 더욱 신중해야
이번 발사가 상용발사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시험발사인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속한 발사보다 중요한 것은 성공적 발사이기 때문이다.
나로호, 누리호 등 한국형발사체 개발의 역사 속에 발사 연기는 항상 따라다녔던 일이기도 하다.
한국형발사체 발사 연기의 역사는 첫 한국형발사체인 나로호의 첫 번째 발사 때부터 시작됐다. 2009년 8월19일로 예정돼 있던 나로호 1차 발사는 겨우 발사 8분 전에 압력 측정 소프트웨어 오류로 연기됐다. 나로호는 6일 후인 8월25일 첫 시험발사를 진행했지만 위성을 덮고 잇는 페어링의 한쪽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위성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발사 연기와 실패는 나로호 2차 발사 때도 발생했다. 2010년 6월9일 2차 발사 예정이던 나로호는 발사 3시간 전 발사대 주변 소방 설비 문제를 이유로 발사가 다음날로 연기됐다. 다음날 발사된 나로호는 발사 137초 뒤 고도 70km에서 폭발한 뒤 바다에 추락했다.
▲ 6차례나 발사가 연기됐던 미국의 우주왕복선 엔데버호. <연합뉴스> |
나로호는 3차 발사에서도 예정 시각에 정확히 발사되지 못했다. 나로호는 2012년 11월29일 3차 발사 예정이었지만 연료 주입 과정에서 연료가 새는 문제가 발생해 발사가 연기됐다. 나로호는 이후 충분한 시간동안 검증을 거쳐 2013년 1월30일에 발사됐고 결국 3차 발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2021년 10월21일 누리호의 1차 발사 때는 발사 연기가 없었다. 다만 누리호 역시 3단 엔진이 예상보다 빨리 꺼지면서 궤도 진입과 위성모사체 궤도 안착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해외에서도 발사체 발사 직전 연기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인도의 GSLV(소모성 우주발사체) 발사 연기다. GSLV는 2001년 3월 불과 1초를 남겨놓고 발사가 중단했다. 카운트다운 도중 자동제어시스템이 액체 엔진 부스터의 오작동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1992년 처음 발사돼 2011년까지 모두 25차례의 임무를 수행한 미국의 엔데버 우주왕복선의 이야기도 유명하다. 엔데버는 2009년 6월13일 발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연료 주입 과정에서 수소 누출, 발사대 주변 벼락 발생 등으로 모두 6차례나 발사가 연기된 끝에 7월15일 발사돼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에 성공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