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봉쇄조치 등 영향으로 부품 공급망에 악영향을 받아 아이폰14 일부 모델 생산 시기를 9월 중순까지 늦출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아이폰14 시리즈 출시 시기가 미뤄지는 데다 판매량도 아이폰13 시리즈보다 줄어들면서 LG이노텍과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 공급업체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31일 증권전문지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14 출하량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배런스는 증권사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위탁생산업체 및 부품 공급업체 등 협력사들에 올해 2억2천만 대가량의 아이폰 생산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증권사들이 평균적으로 내놓은 올해 아이폰 출하량 전망치는 2억4천만 대 수준이었는데 이를 밑도는 수준이다.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14 시리즈의 올해 생산량은 870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아이폰13 시리즈 출하량이 9천만 대를 넘었던 것과 비교해 줄어드는 수치다.
아이폰14 생산 지연 가능성이 최근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 올해 출하량이 더욱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JP모건에 따르면 아이폰14와 아이폰14프로 생산은 8월 초, 아이폰14 프로맥스 모델 생산은 8월 말부터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14 맥스 모델 생산 시기는 9월 중순 정도로 추정된다.
애플은 일반적으로 9월 말 새 아이폰을 선보인 뒤 소비자들에 곧바로 판매를 시작한다. 그러나 생산 시기가 예년보다 크게 늦춰진 만큼 출시 시기도 이에 맞춰 연기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19 대응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플레이션 등 아이폰 부품 공급망 차질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JP모건은 이런 거시적 불확실성에 대해 애플이 아이폰14 시리즈 판매가격을 높일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올해 출하량은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올해 스마트폰 수요가 이미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새 아이폰의 판매 가격까지 높아진다면 전 세계 수많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폰14 생산량 감소와 판매 부진의 여파는 애플뿐 아니라 아이폰 부품 공급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는 부품 협력사 실적에도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 부품사들 가운데 애플 부품 공급이 매출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LG이노텍과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LG이노텍은 주로 아이폰용 후면카메라 모듈을 공급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전면카메라 모듈 공급까지 담당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JP모건의 예상대로 아이폰 자체의 판매량이 시장 예상치를 밑돈다면 LG이노텍이 부품 공급을 통해 볼 수 있는 수혜도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비자들이 아이폰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껴 상대적으로 저가의 카메라모듈을 탑재한 일반 모델 수요 비중이 높아진다면 LG이노텍의 수익성 개선 기대도 낮아질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에 쓰이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대부분을 공급한다. 아이폰 판매량 감소는 디스플레이 출하량 감소로 이어져 지난해보다 실적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느껴 작은 화면을 탑재한 비교적 저가 아이폰 모델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 평균 공급 단가도 낮아질 공산이 크다.
디스플레이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와 메모리반도체 공급사인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실적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아이폰14 출하량을 두고 부품업계에서 바라보는 상황보다 더욱 보수적 시각을 유지한다”며 “아이폰 수요와 가격 측면이 모두 출하량에 압박을 더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아이폰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대만 폭스콘은 3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2분기를 포함한 올해 전체 사업 전망은 1분기보다 나아지고 있다”며 “부품 공급망 안정화와 원활한 생산 관리를 자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