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티맵모빌리티가 대리운전기사 호출서비스시장에서 선발주자 카카오모빌리티를 따라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 놓였다.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이사로서는 택시호출서비스에 이어 대리운전기사 호출서비스시장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에 밀리게 된 만큼 기존 모빌리티플랫폼 사업전략을 보완하고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5일 모빌리티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티맵모빌리티의 사업확장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4일 대리운전기사 호출서비스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신규 대기업의 진입 자제 및 기존 대기업의 사업확장 자제를 권고했다. 아울러 대리운전기사 호출 플랫폼(앱) 업체의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의 현금성 프로모션도 제한했다.
이에 새로운 대기업 경쟁자의 대리운전시장 진입은 불가능해졌지만 후발업체인 티맵모빌리티의 사업확장 역시 힘들게 됐다.
동반성장위의 이번 조치는 2022년 6월1일부터 2025년 5월31일까지 3년 동안 효력을 지속하고 향후 3년의 기간이 추가될 수 있다. 티맵모빌리로서는 최대 6년 동안 사업확장이 가로막힐 수 있는 셈이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7월 대리운전기사 호출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보다 앞선 2016년 5월 시장에 먼저 진입한 카카오모빌리티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다.
국내 대리운전기사 호출서비스시장은 연간 3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전화를 통해 대리기사를 부르는 전화호출방식(전화콜)의 시장이 80%, 플랫폼(앱)을 통해 대리기사를 부르는 플랫폼호출방식(플랫폼콜)의 시장이 20%를 차지한다.
티맵모빌리티는 현재 플랫폼콜시장에만 진출해 있는데 시장점유율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국내 1위 전화콜업체 ‘1577대리운전’을 인수하는 등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티맵모빌리티로서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 할인쿠폰 제공 등의 방법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리운전기사 호출서비스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이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티맵모빌리티는 24일 동반성장위원회의 결정이 나온 뒤 공식입장문을 통해 “이번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안을 존중하고 향후 3개월 동안 권고안에 관한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티맵모빌리티는 택시호출서비스도 카카오모빌리티보다 뒤늦게 출시해 입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내놓은 단기렌터카 중개서비스도 카카오모빌리티보다 4개월가량 늦었다.
이 때문에 모빌리티 플랫폼업계 일각에서는 티맵모빌리티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앞서려면 이종호 대표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선제적으로 사업모델을 발굴해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티맵모빌리티는 현재 공항버스서비스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진출하지 않은 모빌리티플랫폼 부문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올해 3월 1329억 원을 들여 공항버스업체 2곳(공항리무진, 서울공항리무진)을 인수했는데 올해 말 공항버스 좌석예약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현재 공항버스 디지털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올해 말 티맵에 공항버스 좌석예약서비스를 탑재해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며 “내부적으로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모빌리티 이외의 다른 사업자와 협력해 플랫폼 외연을 넓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12월 KB국민은행과 ESG실천 확대를 위한 상품 및 서비스를 공동개발하고 플랫폼, 전기차, 미래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공동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대표는 협약식에서 “KB국민은행과 지속적으로 상생모델을 발굴해 ESG경영을 실현하겠다”며 “앞으로도 모빌리티를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편리한 이동, 환경과 안전의 가치를 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구나 KB금융그룹이 티맵모빌리티에 1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자가 실행된다면 티맵모빌리티와 KB금융그룹 사이 연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티맵모빌리티로서는 KB금융그룹의 금융플랫폼 이용자를 모빌리티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의 투자와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