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최근 2차례에 걸쳐 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내년부터 최신 공정을 중심으로 단가를 더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TSMC를 뒤따라 위탁생산 단가를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거나 파운드리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반사이익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11일 니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주요 고객사들에게 인플레이션 영향과 반도체 원가 상승, 미래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파운드리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TSMC는 최근 2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결정했는데 앞으로는 지금보다 약 5~8% 더 높은 가격에 반도체를 생산해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에 드는 비용이 큰 최신 미세공정 기반의 반도체 생산 가격이 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교적 오래된 미세공정 기술 기반의 반도체를 주문하는 고객사들은 대체로 가격 부담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TSMC가 가격을 인상할 때 이를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TSMC 내부 관계자는 니케이아시아를 통해 “최신 공정 반도체에는 가격 인상이 먹힐 수 있지만 오래된 공정의 반도체 고객사들은 가격 상승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세공정 반도체를 중심으로 TSMC의 위탁생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주로 7나노 이하 최신 미세공정 기술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폭도 더 크게 나타난다.
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 가격 인상에 앞장선다면 삼성전자도 이를 뒤따라 단가를 높이며 파운드리사업 이익률을 개선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다.
고객사들이 TSMC와 삼성전자 이외에는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TSMC와 시장에서 과점체제를 구축한 데 따라 반사이익을 보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 수익성 개선보다 고객사 확보를 우선적 목표로 둔다면 TSMC와 달리 단가를 높이지 않고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 할 수도 있다.
이러면 TSMC의 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에 부담을 느낀 반도체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에 물량을 맡기는 사례가 늘어나 삼성전자의 고객사 기반을 넓히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거의 모든 이익을 거두지만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안정적 수익 기반을 구축하고 있어 파운드리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TSMC와 마찬가지로 파운드리사업 투자 비용을 갈수록 늘리고 있지만 이 때문에 위탁생산 단가를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투자 여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SMC가 앞으로 시설 투자 확대에 따라 파운드리 단가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니케이아시아는 “반도체 생산 원가가 증가하면서 TSMC에 점점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TSMC가 2023년까지 1천억 달러의 시설 투자를 예고한 점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TSMC가 지난해 8월 고객사들에 공지한 파운드리 가격 인상폭은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TSMC의 올해 1~4월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긍정적 성과를 나타냈다.
앞으로 TSMC가 파운드리 가격 인상에 자신감을 찾고 추가로 위탁생산 단가 상승 계획을 추진할 공산도 큰 만큼 삼성전자가 이런 변화로 보게 될 반사이익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TSMC의 공격적 반도체공장 시설 투자 계획이 마무리되면 TSMC가 규모의 경제효과를 통해 삼성전자보다 원가 경쟁력을 앞세우기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새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TSMC는 미국과 일본 신공장 건설을 확정한 데 이어 유럽과 인도 등 다양한 지역에 새 파운드리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