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지시각 1일 독일 의약품전문 웹사이트 겔베리스테(Gelbe Liste)에 아필리아 60mg 제품이 등재됐다. 겔베리스테는 의사 및 약사에게 의약품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아필리아 제품은 HLB 100%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의 유럽 파트너사인 인셉투아(Inceptua)가 공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만간 독일에서 정식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필리아를 개발한 스웨덴 제약사 비베스토(Vivesto, 옛 오아스미아) 역시 HLB 측의 아필리아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비베스토는 4월 말 발간한 연간 보고서를 통해 “인셉투아는 올해 상반기 영국과 독일에서 아필리아를 출시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며 “엘레바테라퓨틱스는 올해 아필리아 상업화에 따른 첫 판매금액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필리아는 세포독성항암제 ‘파클리탁셀’을 개량한 약물로 기존보다 환자 편의성이 개선된 반면 부작용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엘레바테라퓨틱스는 2020년 3월 비베스토로부터 북유럽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아필리아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한 뒤 인셉투아에 유럽 판매를 맡겼다. 인셉투아는 아필리아 판매금액의 일정 부분을 엘레바테라퓨틱스에 지급하게 된다.
진양곤 회장은 아필리아의 유럽 출시에 힘입어 HLB를 바이오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HLB는 당초 구명정 및 특수선박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였으나 2008년 진 회장에게 인수된 뒤 회사 정체성을 선박기업에서 바이오기업으로 개편했다. 현재 엘레바테라퓨틱스, 이뮤노믹테라퓨틱스, 베리스모테라퓨틱스 등 여러 자회사를 통해 신약개발에 매진하는 중이다.
하지만 HLB는 여전히 바이오기업이 아닌 선박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HLB의 업종은 ‘합성수지선 건조업’으로 표시된다.
이는 회사 매출이 대부분 선박사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2020년 HLB 실적을 보면 전체 매출 562억 원 가운데 64.8%가 구명정과 파이프 등으로부터 창출됐다.
진 회장은 HLB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회사 업종을 선박사업에서 바이오사업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2019년 6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자회사를 통해 바이오사업을 하고 있지만 HLB가 아직 조선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어서 사업의 명확성에 대해 이해가 안 간다는 외국인 주주들의 질문이 굉장히 많았다”며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난소암 치료제 아필리아. <비베스토>
진 회장의 바이오기업 전환 방침은 2022년 들어 HLB 바이오사업이 본격적으로 재무적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현실화하고 있다.
HLB는 올해 1분기 매출 634억 원, 영업이익 189억 원을 거둬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한편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중국 항서제약으로부터 처음 수령한 항암제 ‘리보세라닙’ 로열티, 체외진단의료기기 전문기업 ‘에프에이’를 인수해 재편한 헬스케어사업부의 역할이 컸다.
HLB의 바이오사업 매출은 앞으로 지속해서 확대될 공산이 크다. HLB는 현재 엘레바테라퓨틱스와 항서제약 등을 통해 리보세라닙의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1년 안에 적응증 최소 2건에 대한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신청(NDA)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밝혔다.
여기에 아필리아 판매 수익까지 더해지면 바이오사업이 회사 실적의 주류를 차지하면서 HLB 대표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HLB 관계자는 "항서제약 로열티 매출에 이어 독일을 시작으로 아필리아 매출도 곧 시작돼 올해 바이오 분야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들의 오랜 염원인 바이오기업 업종 전환을 차근차근 진행해 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의 선낭암, 간암 글로벌 임상과 이뮤노믹테라퓨틱스의 교모세포종 치료백신 임상 등을 잘 마무리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는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다”며 “올해 신약개발 성과에 이어 최대 매출도 기대돼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