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을 비롯한 세계에 미국 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전략을 뒤따르며 큰 투자수익을 거두고 있는 투자자들이 있다.
돤융핑 부부가오그룹(BBK그룹) 회장도 버핏 회장의 가치투자 원칙과 장기투자 전략을 주로 사용하면서 성공을 거둬 '중국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중국 대표 IT기업 및 플랫폼업체로 꼽히는 텐센트, 알리바바 미국 주식을 최근까지 계속 사들이며 활발한 투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돤융핑은 그동안 게임업체 넷이즈나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 등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지만 안정적 성장세가 예상되는 여러 중국 벤처기업에 투자해 큰 투자수익을 거뒀다.
그 결과 중국 IT 투자업계의 거물로 우뚝 서며 처음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보다 약 13배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2021년 10월 포브스에서 발표한 전 세계 500대 실시간 부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미국 거주 화교는 총 22명이었으며 돤융핑은 자산 규모 134억4천만 위안(2조5451억 원)으로 이들 중 10위에 올랐다.
돤융핑은 중국 검색엔진 기업 넷이즈에 투자해 100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는 텐센트를 포함해 백주를 주로 생산하는 중국 주류업체 구이저우마오타이, 애플 등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 워런 버핏을 벤치마킹해 장기투자 길 걸어
워런 버핏이 단기 성과보다 장기 성장성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가치투자 및 장기투자 전략으로 투자의 대가가 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돤융핑은 최근 미국증시에서 크게 하락한 중국기업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며 저가매수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그가 4월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텐센트의 미국예탁증서(ADR) 42억7100달러 규모를 매수했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50여 일 동안 텐센트 주식을 세 차례에 걸쳐 매수하며 주가가 떨어진 사이 저가매수를 하는 투자 방식을 사용했다. 4월 중순 기준으로 미국증시에 상장된 텐센트 주가는 지난해 4월보다 40% 하락했다.
돤융핑은 올해 3월 텐센트 ADR을 추가 매수할 때 알리바바 ADR도 함께 매수했고 중국증시에 상장돼 있는 백주 제조기업 구이저우마오타이 주식도 매수했다.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는 올해 들어 20%가량 하락했다.
텐센트나 구이저우마오타이, 알리바바 등 주식은 돤융핑이 약 10년 동안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 장기투자 종목들이다. 텐센트 ARD 주가는 10년 전과 비교해 683% 오르고 구이저우마오타이는 1284% 뛰었다.
돤융핑은 “워런 버핏과 점심식사를 계기로 투자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최소한 점심 값으로 지불한 것보다 몇 천 배에 이르는 것을 되돌려 받았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은 해마다 경매를 통해 함께 점심식사를 할 사람을 모집하고 해당 금액을 기부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돤융핑은 2006년 이를 통해 중국인 최초로 낙찰에 성공해 버핏과 점심식사를 하며 투자 노하우를 공유 받았다.
이날 버핏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돤융핑을 중국 투자업계의 큰 손으로 키워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워런 버핏은 투자할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영업 실적과 비즈니스 모델, 기업 철학, 미래 경쟁상대 유무 여부를 꼽는다. 이런 요소들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돤융핑은 워런 버핏의 투자전략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다양한 기업 주식을 매수하며 장기투자를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1년부터 애플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 매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2011년 애플 주식을 매수할 때 애플 주가는 1주당 10달러, 시가총액은 3천억 달러에 그쳤으나 미국증시에서 2일 종가 기준 애플 주가는 157.96달러, 시총은 2조5566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15배에 가까운 차익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중국 증권 전문 플랫폼 쉐츄에 따르면 돤융핑은 애플의 제품력, 마케팅, 원가 통제 능력 등 부분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좋다는 점을 파악했으며 경쟁사가 애플의 경쟁력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장기투자 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돤융핑은 초보 투자자 시절이었지만 닷컴버블로 파산 직전에 놓여 있던 게임 회사 넷이즈 미국 주식을 1주당 0.8달러에 매수해 6년 뒤 100달러가 넘었을 때 매각하면서 대규모 투자수익을 남겼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넷이즈 등 중국 IT기업에 투자할 때도 비슷한 요소를 중점적으로 보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돤융핑은 투자할 기업을 선정할 때 안정적 현금 흐름과 재무구조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는 “기업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돈을 버는 것”이라며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순이익을 내더라도 현금을 손에 쥘 수 없는 상황을 겪고 있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탄탄한 현금플로우를 형성한다”고 강조한다.
▲ 돤융핑 BBK그룹 회장(왼쪽)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 |
◆ BBK그룹 성공 바탕으로 투자 철학 완성
돤융핑은 성공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직접 창업한 기업을 이끌어 성공한 경험이 투자자로서의 철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자 직접 게임기 사업을 시작해 이를 기업가치 10억 위안에 이르는 회사로 키워낸 적 있다.
돤융핑이 창업한 BBK그룹은 학습기, VCD, 무선 전화기 등 제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중국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BBK그룹은 현재 학습기 사업과 더불어 편의점, 백화점, 부동산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중국 1~2위 스마트폰 기업인 비보와 오포가 BBK그룹 자회사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오포는 현재 BBK그룹에서 독립했다.
돤융핑은 직접 회사를 운영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된 기업은 충분한 현금흐름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터득하게
됐고 이런 경험은 그가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거듭나는 데 가장 큰 기반이 됐다.
BBK그룹이 안정된 뒤 돤융핑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것이 투자자로 본격 입문한 계기가 됐다.
돤융핑은 이민 당시 수중에 있던 약 10억 위안(1893억 원)의 대규모 현금자산을 굴리기 위해 투자 공부를 시작했다가 워런 버핏의 저서를 접하게 되면서 전문 투자자로 전직하게 됐다.
그가 직접 워런 버핏을 만나기로 마음먹은 것도 가치투자와 장기투자 철학에 깊은 공감과 감명을 느꼈기 때문이다.
돤융핑이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처럼 그의 적극적 행동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행동력은 투자자가 되는 데에서도 큰 힘을 발휘했다.
그는 최근 BBK그룹 주주총회에만 참석하면서 기업인 신분은 거의 내려놨지만 넷이즈를 시작으로 애플, 구이저우마오타이, 텐센트 등 주식에 투자했고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 창업에 투자하는 등 주식과 벤처기업 투자자가 됐다.
돤융핑은 기업을 보는 안목도 좋지만 사람을 보는 안목도 뛰어나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에 낙찰되면 2명을 추가로 초대할 수 있다. 돤융핑은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던 한 청년을 워런 버핏 식사 자리에 함께 초대했는데 이 청년은 설립 5년 만에 중국 3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한 핀둬둬의 창업자 황정이다.
돤융핑은 다니던 회사를 나오면서 선웨이와 천밍융을 데리고 나와 BBK그룹을 창업했고 선웨이는 현재 비보 최고경영자(CEO)로, 천밍융은 오포 CEO로 있으며 두 사람은 돤융핑의 제자로 불린다. 노녕 기자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탐구-BBK그룹 돤융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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