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등 서방국가의 경제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낮아진 사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원유 수입을 확대하며 경제제재 우회를 돕고 있다는 해외언론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면 한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현지시각으로 28일 “미국과 서방국가의 동맹국인 한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싼 값에 사들이고 있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대량의 원유를 사들이고 있지만 경제제재 상황을 고려해 점차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원유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는 강도 높은 제재조치도 내렸다.
익스프레스는 이들과 달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이전보다 더 많이 수입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회주의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시장 조사기관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월18일까지 모두 380척의 유조선이 러시아에서 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척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115척이 아시아로 향했는데 중국에 52척, 한국에 28척, 인도이 25척, 일본에 9척, 말레이시아에 1척으로 집계됐다.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 경제제재에 불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을 따라 경제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이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스프레스는 한국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문가 분석이 유력했지만 그럼에도 수입을 더 늘리고 있다는 점에 비판을 내놓았다.
일본 니케이아시아도 최근 같은 조사기관의 분석을 인용해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니케이아시아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제재에 큰 구멍으로 남아 있다”며 “제재에 동참하는 한국마저 러시아의 외화 벌이를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감소에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 반응해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언론에서 바라보는 것과 같이 한국도 점차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따른 국제사회의 큰 압박을 받게 된다면 수입을 크게 줄이거나 중장기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6%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원유 및 천연가스를 사들이지 않는다면 단기간에 이를 대체하기 어려워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수급 차질이 유가 상승을 추가로 이끌어 한국 소비자들과 기업에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익스프레스도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쿠웨이트 등 국가에서 러시아를 대체할 만한 원유 물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수급처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