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하는 등 사업을 축소하는 수순을 밟고 있었지만 이는 오히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해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전략일 수 있다는 중국 매체의 관측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을 앞세워 스마트폰 등 중국 소비자 대상 사업에서 경쟁력을 되찾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28일 중국 현지 매체 재경조찬(차이징짜오찬)는 “삼성전자가 중국 제조공장 여러 곳을 폐쇄한 것은 중국시장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였다"며 “하지만 이는 오히려 중국시장을 다시 확보하려는 전략적 사업 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전자의 행보를 분석해 보면 중국시장을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등 제조공장의 문을 닫은 것은 반도체와 같은 첨단 제조산업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경조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후이저우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닫으면서 성명을 내고 “중국 사업 전략을 중국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는 첨단제조 사업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며 “최근 6년 동안 첨단산업 투자금 규모만 200억 달러가 넘었으며 앞으로도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제조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중국 쑤저우와 시안, 톈진 등 지역에 반도체 등 첨단 생산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재경조찬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진행한 전체 대중 투자금액 가운데 첨단산업에 투자한 비중은 2012년 13%에서 2019년에 72%로 올랐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20여 개의 생산공장과 7곳의 연구개발 센터, 8만 명에 이르는 직원과 4천 명이 넘는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이뤄진 인사이동 역시 삼성전자가 중국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말 연말인사에서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DS) 사업부문,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 IT모바일(IM) 사업부문 등 3대 사업부를 담당하던 대표이사들이 모두 물러났다. 삼성전자는 대신 CE와 IM 사업부문을 합병해 새로운 DX사업부문을 세웠다.
DX부문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B2C)으로 하며 DS부문은 기업고객을 대상(B2B)으로 한다.
재경조찬은 “삼성전자가 사업구조를 B2C와 B2B로 나눴다는 것은 글로벌시장을 더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재경조찬은 “특히 중국시장은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라며 “삼성전자는 인사이동 뒤 중국 사업부에 ‘중국시장 혁신팀'을 세웠고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해당 팀에서 모든 보고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중국시장 혁신팀은 자체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중국시장 실적을 사실상 책임져야 한다. 삼성그룹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사업전략을 수립해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재경조찬은 이를 두고 “삼성전자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겠지만 이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중국시장 전문가를 채용해 중국 소비자를 상대할 전략을 세우고 기존의 한계도 넘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공장의 전경. <삼성전자> |
특히 삼성전자가 중국시장에서 반도체 경쟁력을 통해 스마트폰을 위주로 한 전자제품 시장점유율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재경조찬은 “중국 현지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삼성전자에 압박이 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자체 반도체 사업으로 공급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은 중국시장을 다시 장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다”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달리 자체 설계와 자체 파운드리, 자체 생산과 자체 판매가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많은 기업들이 반도체를 조달하지 못해 완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때 삼성전자는 이미 구축해 놓은 반도체 기술력과 생산 능력으로 중국시장에서 영향력을 꾸준히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도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7나노 반도체 공정 등 미세공정 반도체는 아직 공급난이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전자가 앞서가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성장 속도를 보면 삼성전자가 긴장을 놓을 순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재경조찬은 삼성전자가 아직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 힘을 못 쓰는 것은 아직 시장 전략과 브랜드 전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삼성전자가 2016년 스마트폰 발화사건을 계기로 중국 소비자들 마음 속에서 생긴 ‘오만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에는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긍정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2 시리즈 판매 가격을 낮춰서 중국에 출시했고 첫 물량이 풀리자마자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재경조찬은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예전만큼 중국 소비자 마음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중국 소비자를 다시 이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구축하는 현지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