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 로봇사업팀에서 석·박사만 100여 명을 채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학사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큰 규모의 채용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집직무는 개발, 영업, 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데 ‘임상마케팅/임상연구’ 직무에서는 재활. 의공학, 인간공학, 운동학 등 인체 관련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을 우대하는 조건이 기재돼 있다. 수행하는 업무는 로봇 효과검증을 위한 연구 프로토콜 설계 등이다.
이는 웨어러블 주행보조 로봇 ‘젬스(GEMS)’를 본격 상용화하기 위한 인력 채용으로 해석된다.
젬스는 웨어러블(입는) 주행보조 로봇이다. ‘젬스 힙(GEMS Hip, 젬스-H)’ ‘젬스 니(GEMS Knee)’ ‘젬스 앵클(GEMS Ankle)’ 등 3가지로 구성된다.
각각 고관절, 무릎, 발목에 착용돼 보행에 관여하는 주요 근육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젬스 힙을 착용하면 걸을 때 24% 정도의 힘을 더해 보행속도를 14% 높여줘 걸음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젬스의 가격을 확 낮춰 대중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젬스 가격은 기존 수천만 원대의 웨어러블 로봇보다 훨씬 저렴한 수백만 원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물량은 10만 대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채용에서 온라인 스토어 구축을 위한 인력과 해외 판매조직 구축을 위한 영업 직원도 뽑는데 이는 젬스의 판매를 온라인과 해외까지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즉 올해를 삼성전자 로봇사업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종희 부회장도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담조직을 강화해 로봇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로봇을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 삼성전자, 대규모 로봇인재 확보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로봇사업 강화를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해 왔다.
▲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견 '스팟'.
2021년 말 로봇사업화TF(태스크포스)팀을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키며 팀원도 12명에서 130명 수준으로 확대했다. 로봇사업팀장인 전경빈 부사장이 최근 1년 동안 적극적으로 사내외에서 인력확보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삼성전자 글로벌CS센터장을 지낸 인물이다.
올해 초에도 로봇사업팀 팀원을 더 늘리기 위해 다양한 루트로 인재 수급에 나섰지만 원하는 수준의 인력채용이 쉽지 않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봇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로봇사업팀 규모를 빠르게 키우기 위해 관련 석박사를 대거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문제는 국내에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며 “국내 로봇산업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 삼성전자 같은 기업도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험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대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LG전자, 현대자동차 등도 로봇 인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신입 신규채용 부문에 ‘로봇 솔루션’을 포함했으며 경력 채용에서도 ‘로보틱스’ 분야를 명시했다.
LG전자의 자회사 ‘로보스타’도 4월25일부터 수직 다관절 로봇, 스카라 로봇 개발 등의 기구설계 직무를 수행할 경력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한정된 인재를 두고 기업들의 인재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재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단숨에 로봇 관련 인재와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만큼 효율적인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미국 로봇 제조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사업을 강화했고 LG전자도 로보스타 인수를 비롯해 엔젤로보틱스, 아크릴, 로보티즈,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 다양한 로봇업체들에 지분투자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