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국회가 '부적격' 판단을 내리면 윤 당선인이 이에 따라 정 후보자의 지명을 거둬들이는 방식으로 이번 논란이 마무리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 측과 정 후보자가 '버티기'를 하는 것은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인사청문회 전에 윤 당선인이 지명철회를 하거나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면 윤 당선인으로선 인사실패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나아가 다른 후보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청문회 이후 국회의 판단을 존중하는 형태로 물러서려 한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이나 정 후보자도 당장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후보자와 관련해 "청문회가 끝나면 종합적으로 고려해 당선인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도 이날 출근길에서 "도덕적, 윤리적 잣대로도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말하며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앞서 윤 당선인 측은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와 관계에 대해 '40년 지기란 표현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며 조금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퇴로를 열어 놓은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국민의힘도 무소불위,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라 하더라도 무조건적 감싸기는 안 할 것"이라고 말해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의 청문회까지 기다리는 쪽을 선택한다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선에서 치러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를 옹호하는 모습이 조국사태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한 문재인 대통령과 오버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자 측에서는 조 전 장관과 정 후보자의 사안이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본질은 '공정'이란 점에서 국민들은 두 사람을 같은 선상에 놓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조국 전 장관을 임명하면서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임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윤 당선인 역시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놓고 대변인을 통해 "부정의 팩트(사실)가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만약 윤 당선인이 청문회 이후 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면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조국사태 때 조 전 장관 일가를 대상으로 대대적 압수수색에 나섰던 점을 들며 내로남불 프레임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새로운 후보를 지명한다 해도 부담은 여전하다. 인사 문제가 지방선거까지 현재진행형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5~26일 열리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이후 새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다면 6월1일 지방선거 일정과 인사청문 절차가 맞물릴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장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안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더욱이 새로운 후보자의 검증 잣대는 정 후보자를 낙마시킨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어 더욱 깐깐해진다. 새로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튀어나오기라도 한다면 곧바로 지방선거 표심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정 후보자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후보자 본인이 이 문제의 본질과 문제점들을 인식하게 되면 충분히 사퇴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이날 YTN 뉴스에 출연해 "당선인이 40년 지기가 아니라고 그만두라는 신호를 보냈는데 눈치가 없다"며 "그만두는게 옳다"고 바라봤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