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는 13일 비강에 항바이러스 단백질을 분사해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의약품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국제에이즈백신추진본부(IAVI), 워싱턴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 등 여러 국제기구 및 연구기관과 협력하기로 했다.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이 지원한 연구개발비를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 및 생산을 위한 초기 연구에 들어간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는 비강 스프레이는 코로나19 예방 용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초기 연구는 코로나19에 초점을 맞추지만 장차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대상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안 사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계속 진화하는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인류에 위협이 될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다양한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고 이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 또한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앞서 안 사장은 3월 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강 스프레이를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용 품목의 하나로 짧게 언급한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구체적 개발방안이 나온 셈이다.
안 사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비강 스프레이 등 차세대 의약품을 개발해 코로나19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전염병(넥스트 팬데믹)을 막아내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위상이 의약품 생산자뿐 아니라 개발자로서도 상당한 위치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등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한편 자체 코로나19 백신 GBP510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안 사장은 이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역할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최근 새롭게 정립한 사업방향(미션) ‘우리는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킨다. 예방부터 치료까지(We promote human health, from prevention to cure)’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비강 스프레이는 실제로 ‘인류 건강’에 기여할 만한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비강 스프레이는 코 안쪽 점막에 보호막을 형성해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 정식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1차 방어선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 코로나19 확산 당시처럼 백신 공급부족이 발생할 여지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유통에 관한 이점도 상당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비강 스프레이는 상온 보관이 가능해 제조 및 유통이 쉽고 다회 투여 제형으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 저온 유통 환경을 갖추기 어려운 중저소득국가(LMIC)에서 유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비강 스프레이가 바이러스 감염을 직접적으로 막는 만큼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데 더 우수한 효과를 낸다는 의견도 있다.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게이츠캠브릿지장학금 지원을 받은 인도 과학자 비자이 카누루(Vijay Kanuru) 박사는 최근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비강 스프레이를 개발했다.
그는 게이츠캠브릿지장학금 홈페이지를 통해 “구강 및 비강은 질병의 관문인 동시에 백신 유도 항체가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능력이 더 제한적인 곳이기 때문에 돌파 감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며 “보다 안전한 예방 솔루션으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직접적인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진원생명과학, 샐바시온 등이 코로나19 예방용 비강 스프레이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