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내 스마트폰과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3월25일 출시한 갤럭시A23과 13일 국내 출시를 앞둔 중국 샤오미의 레드미노트11프로를 비교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갤럭시A23 출고 가격이 37만4천 원, 레드미노트11프로 가격이 39만9300원으로 비슷한 만큼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샤오미와 정면대결을 펼치게 된다.
국내 소비자들은 갤럭시A23보다 레드미노트11프로에 삼성 부품이 더 많이 들어간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갤럭시A23은 중국 BOE가 만든 LC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반면 레드미노트11프로에는 단가가 더 비싼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레드미노트11프로는 카메라도 삼성전자 시스템LSI시스템사업부가 제작한 108MP 센서가 들어갔다. 반면 갤럭시A23의 카메라 센서는 중국 서니옵티컬(순우광학테크)이 제조한 50MP OIS(손떨림보정기능) 메인 카메라가 탑재됐다.
이에 한 누리꾼은 “이러면 레드미노트11프로가 사실상 국산인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노태문 사장은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일부 부품 공급처를 중국 등으로 이전하고 제조자개발생산(ODM) 비중을 늘리며 수익성을 개선해 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폰인 갤럭시A, F, M 일부 모델을 중국 윙텍, 화친 등과 합작개발생산(JDM), 제조자개발생산 등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외주 생산 물량 비중이 기존 연간 10% 수준에서 올해와 내년에는 최대 30%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 MX사업부는 2021년 매출 109조2500억 원, 영업이익 13조6500억 원으로 2014년 이후 최대실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노 사장도 실적개선의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주주총회에서 98%의 높은 찬성률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다만 이와 같은 전략이 삼성이란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리는 동시에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해외 유명 팁스터(내부정부 유출자)인 아이스유니버스는 6일 “노태문 사장이 계속 원가절감을 강조하며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삼성 브랜드는 곧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샤오미 레드미노트11프로.
삼성전자는 아직 A시리즈를 중심으로 중저가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니아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제품은 갤럭시A12로 2021년 한 해 동안 약 5180만 대가 출하됐다.
하지만 샤오미를 비롯해 애플, 모토로라 등도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좋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는 중저가시장에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 레노버의 자회사인 모토로라는 2021년 미국에서 LG전자의 빈자리를 채우며 점유율 10%로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은 3위 사업자로 도약했다. 판매량은 2020년보다 131%나 증가했다.
모토로라는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데 300달러(약 36만 원) 이하에서는 가격에 비해 품질이나 성능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토로라는 LG헬로비전의 알뜰폰(MVNO) 브랜드 '헬로모바일'과 손잡고 10년 만에 한국 스마트폰시장에 복귀할 준비도 하고 있다.
제프 필드핵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책임 연구원은 “모토로라의 300달러 미만 제품인 모토 G 스타일러스, 모토 G 파워, 모토 G 퓨어는 미국에서의 성공을 이끌었다”며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은 삼성과 애플의 2파전 양상이 유지되는 가운데 일부 중국 브랜드의 도약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