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HMM은 누적 결손금 4조4439억 원을 모두 털고 2010년 이후 11년 만에 배당을 결정했다. 모두 2934억 원 규모로 시가배당률은 2.2%다.
이날 임기를 마치는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은 주주총회 의장으로서 주주들을 달랬다.
배 대표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 실현의 첫 걸음으로 배당을 한 것이다”며 “최근 3개년 코스피 주요 기업의 시가 배당률이 2.1%라는 점을 참고해 결정한 것으로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한 한 단계 진전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 대주주에 대한 차등배당도 요구했지만 이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 대표는 “차등배당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배치되는 것이다”며 “민간기업은 대주주가 일부 이익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지만 공공기관은 임의로 이익을 포기하면 배임에 해당하기 때문에 차등배당은 실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매각 시점과 영구전환사채(CB)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소액주주 홍모씨는 “해양진흥공사는 왜 매각시점을 2~3년 후라고 얘기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증권가에서는 HMM이 영업실적은 좋지만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원인으로 영구전환사채를 지목하기도 하는데 투명한 경영을 위한 영구전환사채 공론화 의향이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배 대표는 매각 관련 사항은 대주주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답변할 것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전환사채와 관련해서는 회사가 어려울 때 계약이 맺어진 것으로 기존 계약에 따라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이자비용이 높아지는 시점에 조기상환청구권 등을 행사하는 등 주주가체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지속적으로 이같은 주주들의 우려를 대주주 등과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이 있냐는 질문도 나왔다.
배 대표는 “현재로서 구체적인 안은 없으며 향후 이익규모와 경쟁력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려한다”면서도 “미래의 영업환경이 지금처럼 긍정적일지 알 수 없으며 환경규제 및 글로벌 선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선적으로 생존을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주주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매각 관련 건과 영구전환사채에 대해서는 회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만 하는데 경영진으로서 눈치보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경영진으로서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의 눈치를 보지 말고 주주를 위해서 경영활동을 하라. 김경배 대표가 나와있으면 대답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신임 대표는 따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 29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빌딩 동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4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 HMM >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질문을 하겠다는 주주들과 진행을 빨리 하자고 요구하는 주주들 사이에서 잠시 고성이 오가며 진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주주총회가 끝난 이후에도 일부 소액 주주들은 자리에 남아 주주총회에서도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며 불만을 보이기도 했다.
HMM 소액주주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주주총회와 관련된 글에는 HMM의 답변이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다는 성난 댓글이 수십 건 달리기도 했다.
김 신임 대표가 임기를 시작하는 주주총회에서부터 소액주주들의 무너진 신뢰를 확인한 셈이다.
김 대표는 임기 시작부터 소액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해 HMM은 좋은 실적을 냈지만 주가가 반토막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특히 주가가 반토막난 이유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해양진흥공사의 영구전환사채가 지목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이에 배 대표는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대표 명의의 글을 통해 영구전환사채 조기상환 청구권 행사와 주주배당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 신임 대표가 짊어진 과제는 신뢰회복뿐만 아니다.
김 대표는 HMM의 경영 안정화를 이뤄내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를 도와 HMM의 민영화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그는 2017년 말까지 약 9년 동안 현대글로비스 수장을 맡아 이끌면서 꾸준한 성장을 이끌어낸 물류전문가다.
이후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로 자리를 옮겨 2018년부터 2020년 말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기도 했다.
HMM은 이날 김 신임 대표를 선임하며 “물류 전문가로서 HMM의 글로벌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