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리튬 광물 원석. <로이터> |
[비즈니스포스트] 국제유가 상승이 석유와 소비재, 식품에 이어 리튬 등 금속류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며 리튬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와 배터리산업에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유가 상승에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됐던 전기차 및 배터리업체가 리튬 가격 인상의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올해 수요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28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제조업과 금속 가공업 등 산업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유럽의 금속 가공 공장들이 유가 상승에 따라 가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 금속류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와 IT기기용 배터리에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 상승폭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지난해 5월 대비 169% 수준이었는데 3월 말에는 443% 안팎까지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이 본격화된 3월부터 가격 상승폭이 더욱 가팔라지면서 금속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은 결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전기차는 유가 상승에 미래의 이동수단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었지만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배터리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내연기관 차량의 대체재인 전기차 및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보며 성장 계기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힘을 얻고 있었다.
휘발유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유지비가 저렴한 전기차로 눈을 돌리며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 및 배터리업체들이 금속 원가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들에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전기차 판매량에도 국제유가 상승의 악영향이 본격적으로 퍼지고 있다.
상하이금속시장 연구원은 블룸버그를 통해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이 배터리 생산에 들이는 금속 원가는 1년 전보다 5배 이상 상승했다”며 “세계 전기차시장 둔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애플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도 제조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리튬 가격 상승이 결국 제품 가격 인상과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금속류 주요 수출국인 중국에서 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이어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금속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공급 차질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에 의존이 큰 유럽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천연가스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6배, 전력 요금은 5배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런 흐름이 결국 인플레이션 상승에 영향을 미쳐 더 심각한 물가 상승과 수요 둔화를 이끌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유가 상승 영향을 반영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에 부담을 안고 소비와 외식을 크게 줄이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경기 침체에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영국 정부는 최근 공식 발표를 통해 60년 이래 최악의 소비 위축이 예상된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에서 3.8%로 크게 낮춰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