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난해 받은 보수가 직원들과 달리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난해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새로 부여받은 장기 성과연동주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등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60억8300만 원으로 2020년보다 20% 줄었다.
손태승 회장만 보수가 2020년 11억 원에서 2021년 11억1200만 원으로 1% 늘었을 뿐 나머지 3명은 모두 크게 감소했다.
윤종규 회장 보수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윤 회장의 보수는 2020년 26억5700만 원에서 2021년 17억2600만 원으로 35% 줄었다.
같은 기간
조용병 회장은 12억5100만 원에서 8억3900만 원으로 33%,
김정태 회장은 26억3500만 원에서 24억600만 원으로 9% 낮아졌다.
4대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승승장구하며 직원 보수가 크게 오른 것과 사뭇 다르다.
4대 시중은행과 4대 금융지주의 직원들은 지난해 각각 평균 1억550만 원과 1억63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보다 각각 8%와 16% 늘었다.
4대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 보수가 1억 원,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4대 금융지주 직원의 평균 보수가 1억5천만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금융지주 회장들의 보수가 직원 보수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그러나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난해 성과와 관련해 앞으로 3~4년 뒤 받을 보수를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각 금융지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회장 보수에는 지난해 새롭게 부여받은 장기성과급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지주를 포함한 주요 국내 금융사 임원의 성과보수는 그해 현금으로 지급되는 연간(단기)성과급과 향후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최종지급이 확정되는 장기성과급으로 나뉜다.
그해 보수에는 실제 현금으로 받은 금액만 표시되는데 향후 받을 장기성과급을 고려하면 지난해 책정된 4대 금융지주 회장의 보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윤종규 회장을 보면 2021년에 장기 성과연동주식으로 2020년과 동일한 2만2712주를 새롭게 부여 받았다. 주식 규모는 같지만 KB금융의 주가 상승에 따라 2만2712주의 가치는 크게 바뀌었다.
2021년 말 종가 기준 KB금융 주가는 5만5천 원으로 2만2712주의 가치는 12억5천만 원에 이른다. 1년 전 9억9천만 원(1주당 4만3400원)에서 30% 가까이 늘었다.
장기 성과연동주식은 향후 주가에 따라 환산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데 KB금융의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았던 주가 2만5천 원대를 적용해도 2만2712주의 가치는 6억 원에 이른다.
김정태 회장과
조용병 회장이 2021년에 받은 보수에도 각각 장기성과보상에 따른 성과연동주식 2만5641주와 3만 주가 포함되지 않았다. 2020년 보수에 포함되지 않은 성과연동주식 2만3660주와 2만351주보다 각각 8%와 47% 늘었다.
2021년 말 종가 기준 하나금융지주 주식 2만5641주가치는 10억8천만 원, 신한금융지주 주식 3만 주 가치는 11억 원에 이른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한 해에 받는 보수는 과거 부여된 장기 성과연동주식 가운데 일부분의 지급이 뒤로 미뤄지며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4대 금융지주는 회장에게 장기 성과연동주식을 부여한 해를 포함해 보통 3~4년 동안 장기적 경영평가를 종합해 이듬해 장기성과급 지급을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지급을 유예하기도 한다.
김정태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에는 장기성과급 10억2400만 원이 포함돼 있다. 이는 2017년 부여된 성과연동주식으로 애초 2020년 받아야 할 금액이 1년 늦게 지급된 것이다. 2021년 지급될 성과연동주식 부분은 지급이 유예됐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받아야 할 장기성과급이 모두 유예돼 하나도 받지 않았다.
각 금융지주는 객관성 확보 등을 위해 현재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전문 위원회를 통해 회장 등 임원의 보수를 결정하고 있다.
이번 보수 역시 각 금융지주 위원회에서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고실적을 올리자 "은행들만 이자놀이에 신났다"는 비판이 나왔고 여기에 은행들이 알아서 ‘눈치 보기’를 한 결과 회장들에게 지급을 유예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냈고 이에 따라 직원 성과급을 크게 올리면서 성과급 잔치 비판을 받았다.
4대 금융지주 호실적의 바탕이 된 시중은행의 높은 예대 마진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정치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기간에 '투명한 은행 금리 산정을 위한 과도한 예금-대출 금리 격차 그만(STOP)’이라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과거 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권 CEO들은 높은 보수와 관련해 비판적 여론이 일면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보수를 삭감한 경험들이 종종 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2015년에도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연봉 30% 반납을 결정했다. 당시 각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들도 20~30% 수준에서 연봉 반납에 동참했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회장 보수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으로 산정하고 있다”며 “장기성과급과 관련해서는 지급시점에 규모가 결정되고 지급시점에 공시 또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