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기 SR 미래연구원 철도기술연구부장. < SR > |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이번 정위치 정차 시스템을 시작으로 SR의 철도차량 관리 전반에 상태기반감시(CBM) 시스템을 안착시키겠다.”
김은기 SR 미래연구원 철도기술연구부장은 14일 서울 강남구 SR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이제 고속철도 관리 분야에도 도달했다.
고속철도 SRT를 운영하는 SR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사물인터넷(IoT)을 철도차량 관리시스템에 다양하게 적용해왔다.
SR 미래연구원은 3월부터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정위치 정차 시스템'을 개발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SR의 기존 기술연구원이 미래사업개발이라는 목표를 부여받고 '미래연구원'으로 개편된 뒤 처음 내놓은 기술개발 성과이다.
SR은 이번 기술개발 성과로 고속철도 차량 관리의 고도화를 통한 철도안전 강화 및 관리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위치 정차 시스템 개발을 이끈 김은기 부장은 2007년 명지대 전기공학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9년까지 같은 대학 전임교수를 지냈다. 2014년부터 SR에서 근무하고 있다.
SR에서는 차량기술처 차장, 부장을 거쳐 현재는 미래연구원 철도기술연구부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김은기 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먼저 이번에 개발된 ‘정위치 정차 시스템’ 관련해 설명 부탁한다.
“열차 정위치 정차 시스템은 열차가 정확한 위치에 정차할 수 있도록 남은 거리와 진입 속도를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주간 및 야간에 기본검수(ES)를 위해 수시로 입고되는 철도차량의 안전한 입환(shunting)을 위해 차량기지 유치선 종단부에 운전자의 눈높이에 맞춘 현시장치를 마련했다.
정차 지점에 설치된 레이저(Laser) 센서가 차량까지의 거리 및 장애물을, 라이다(Lidar) 센서가 차량의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검지한다. 각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스마트 연산장치를 거친 뒤 현시장치를 통해 차량의 속도 및 정지거리, 후속조치 사항 등 상세한 정보로 운전자에게 제공된다.
현재는 수서차량기지 일부 선로에 정위치 정차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앞으로 수서역 승강장 등까지 확대 설치될 예정이다.”
-SR ‘정위치 정차 안내 시스템’의 차별점은?
“우선 최고의 정밀도를 통한 안전확보를 들 수 있겠다.
이번 시스템은 레이저 센서, 라이다 센서, 스마트 연산장치로 철도차량이 정위치에 정차하도록 진입부터 정지까지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관리해 2차 대응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5cm의 정밀도로 안전하게 정위치에 정차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도 관리영역에 포함해 날아오는 장애물까지도 검지가 가능하고 현시하게 된다.
현장 상황에 맞춰진 최적화 시스템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면 현재 정위치 정차 시스템이 마련된 수서차량기지는 당초 차량기지로의 활용을 목적으로 마련된 곳이 아니라서 유치선로가 남쪽으로 약 2‰(퍼밀) 정도 기울어 있어 중력에 의한 추돌사고의 위험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은 진입에서 정지까지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정위치 정차를 유도한 이후 현장 상황에 맞춘 후속조치까지 제공해 준다.”
-이번 정위치 정차 시스템에 사물인터넷 기술이 활용된 점이 눈에 띈다. 이전까지는 사물인터넷이 여객 서비스와 관련해 주로 활용됐는데 이번에는 철도차량 관리에 직접적으로 적용이 됐다. 철도차량 관리에 사물인터넷 활용이 확대될 가능성은?
“사물인터넷 기술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어떤 분야에, 어떤 장치에 접목해 원하는 기능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어떠한 분야든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철도차량 관리에서는 사물인터넷이 상태기반감시(CBM, condition-based monitoring)로의 전환을 이끌 수 있다.
주요 부품마다 센서를 부착하고 중앙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면 더욱 고도화된 정비가 가능해 진다.
베어링류 부품 교체를 예로 들면 현재는 정비주기기반(TBO, time between overhaul) 방식으로 실제 소모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부품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상태기반감시 방식이 도입되면 실제 소모 정도를 고려한 부품 교체가 이뤄질 수 있어 연간 수십억 원에 이르는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제어 장치 등 일부에는 이미 상태기반감시가 도입된 부분도 있지만 베어링류 등 기계적 장치에는 아직 상태기반감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철도차량은 물론 선로관리 등에도 상태기반감시를 확대하면 궁극적으로 철도자산 관리의 정밀도를 높여줄 것이다.
이번 정위치 정차 시스템은 철도자산 관리에 상태기반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본다.”
-사물인터넷 도입을 통해 철도차량 관리를 상태기반감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는 기존 차량의 시스템과 연계다.
신조 차량은 처음부터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 및 장치를 설계하면 되지만 기존 차량에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려면 개조, 개량을 위한 승인과 같은 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을 차량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시설과의 호환 등 난관도 많다.
철도 차량은 자동차와는 달리 차량을 제조하는 주체와 운영하는 주체, 관련 시설을 관리하는 주체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도 새로운 시스템의 적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모두를 납득시켜야 하는 데 경제적 문제에 더해 안전성 문제까지 고려하게 되면 이는 쉽지 않다.
이미 외국에서 수십 년 운영돼 안전성이 입증돼야 도입이 논의될 정도로 철도 분야에서 신기술 도입과 관련해 상당히 보수적 분위기가 있다.”
-올해 2월 조직개편으로 기술연구원에서 미래연구원으로 바뀌었다. 연구활동 방향에서 어떤 변화가 있나?
“기존 기술연구원에서는 철도 기술에 국한해 철도차량 부품 및 장치를 개발하고 국산화, 실용화 하는데 중점을 뒀다.
미래연구원으로 개칭하면서는 기존 연구에 더해 첨단기술을 더욱 광범위하게 접목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
현재 4차산업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차량운영 기술개발, 상태기반감시를 통한 유지보수 비용의 획기적 절감 연구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