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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 |
‘LG시그니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LG스튜디오’ 등등. LG전자가 프리미엄 생활가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편한 브랜드들이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은 LG전자의 생활가전을 한 가지 주제로 묶고 디자인을 고급화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조 사장은 세계적 불황에 가전시장의 수요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 가전업체들과 가격경쟁을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외형확대보다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프리미엄 생활가전 브랜드 라인업 확충
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프리미엄 생활가전 브랜드를 모두 3가지로 늘리고 북미와 유럽 등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 LG전자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 ‘LG시그니처’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두 가지 브랜드를 새로 확충했다.
조 사장은 LG시그니처를 론칭하며 “정말 소비자를 편하게 해 주는 제품이라면 비싸도 팔린다는 것을 보고 프리미엄 브랜드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빌트인을 비롯해 프리미엄 전략으로 실적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LG시그니처는 LG전자의 대표적 세탁기 히트작 '트윈워시'를 비롯해 올레드TV 등 핵심상품군을 포함하고 있다. 제품기획 단계부터 디자인에 중점을 둔 라인업으로 각 사업본부의 수장들이 직접 개발단계부터 참여하는 등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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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프리미엄 생활가전 브랜드 'LG시그니처'. |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라는 점에서 2013년 내놓은 LG스튜디오와 같지만 주방가전에 특화한 초고가 빌트인 브랜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냉장고 오븐 쿡탑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구를 모두 아울러 고급화했고 가격은 2만 달러를 넘는다.
LG전자가 2013년 내놓은 LG스튜디오 역시 신제품을 추가했다. LG스튜디오 신제품은 스테인리스와 유리 소재, LED 조명 등을 적용한 양문형 냉장고와 오븐레인지, 가스 쿡탑 등이다.
조 사장은 “고객이 인정한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올해가 LG전자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완성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1분기 실적에 프리미엄 브랜드 성공 확신
조 사장은 프리미엄 가전전략이 잇따라 성공하자 자신감을 얻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대폭 개선했는데 이는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호조 덕분이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1분기 영업이익 4080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78.1% 급증했다.
1분기가 가전업계의 비수기인 데다 세계 가전시장의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깜짝실적이다. LG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도 80%의 비중을 차지해 H&A사업본부가 LG전자 전체실적을 이끌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1분기 전체적으로 가전부문의 실적호조가 스마트폰과 전장부품사업의 부진을 상쇄했다”고 평가했다.
조 사장이 새로 추가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올해 2분기 북미와 유럽에 출시되는 만큼 생활가전사업의 실적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 H&A사업본부가 프리미엄 전략 강화에 에어콘시장의 성수기 효과도 더해져 LG전자는 올해 2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에 힘입어 생활가전사업의 안정적 현금창출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스마트폰사업의 실적이 불확실한 상황인 데다 자동차 전장부품사업도 아직 투자가 지속돼야 해 조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고 평가했다.
◆ 프리미엄 브랜드, 경기불황과 중국 위협의 해법될까
조 사장이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데에 세계적 불황으로 가전시장의 수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데다 중국가전업체들이 성장하면서 가격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가전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남미 등 신흥시장의 가전 수요도 감소하면서 세계 가전시장의 '파이'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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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프리미엄 주방가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
하지만 북미와 유럽 등 구매력 높은 소비자가 많은 프리미엄 가전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프리미엄시장의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브랜드의 가치를 더 높게 사는 성향을 보인다.
조 사장은 “LG시그니처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가전을 몇 대 파느냐 보다 LG전자라는 브랜드를 견인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LG전자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소비할 수 있는 고객층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고 또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메이디와 하이얼 등 중국 가전업체들은 중국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한 뒤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가전브랜드의 인지도를 등에 업고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세계 가전시장의 경쟁양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중국업체가 GE의 가전부문을 인수해 경쟁구도가 변했다는 측면에서 우려된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업체들은 가격경쟁력에 기술력을 접목해 세계 가전시장의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사장은 중국업체들과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며 판매량을 늘리기보다 기술력을 통해 초고가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늘려 수익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될수록 소비자들은 기업의 신뢰도를 따지는 성향을 보인다”며 “도요타가 북미시장에서 고급세단 브랜드 렉서스로 성공한 것처럼 LG전자도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신뢰를 확보한다면 고수익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프리미엄 브랜드, 구본무의 디자인경영으로 차별화
LG전자는 세계 프리미엄 가전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디자인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LG전자의 가전이 단순한 기계를 넘어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어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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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LG시그니처의 디자인은 LG전자의 전사조직 디자인위원회가 주도했다. LG전자는 외부 산업디자이너인 톨스턴 벨루어를 마스터디자이너로 영입해 LG시그니처의 전 라인업을 기획했다.
최근 내놓은 LG스튜디오의 신제품도 미국의 유명 실내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네이트 버커스를 영입해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이런 디자인 차별화 전략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디자인경영'이 바탕에 깔려 있다.
구 회장은 "고객관점에서 제품 본연의 기능이 편리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됐는지가 중요하다”며 “디자인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LG시그니처를 기획한 디자인위원회 역시 구 회장이 2014년 조직했다. 구 회장은 제품 제작단계에서 디자인의 변경이 필요할 경우 모두 디자인위원회를 통해 디자이너와 상품기획자, 제조사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도록 했다.
LG시그니처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세계적으로 디자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LG시그니처는 최근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불리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잇따라 수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은 LG전자 디자인의 우수성이 객관적으로 인정 받은 것"이라며 "혁신적이고 차별적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