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사가 합의점을 찾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한항공이 조종사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조종사노조는 별 의미없는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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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2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 측은 노조원의 쟁의행위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서 조종사노조와 협상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3월 초 회사와 경영진을 비판하는 홍보물을 부착했다는 이유로 조종사노조원 23명을 고소했는데 27일 이를 전격적으로 취하했다.
조종사노조와 갈등을 줄이고 해를 넘기고도 진전이 없는 지난해 임금협상을 풀어나가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조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고소를 취하했다”며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을 놓고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구조조정과 관련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내부 다지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이 구조조정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그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항공이 조종사노조와 갈등을 지속하고 법정공방을 펼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최근 한진해운의 자구안이 부실하다며 보완을 요구했고 정부 관련 부처에서 법정관리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조종사노조는 회사의 이번 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갈등의 골이 깊어 대한항공 노사가 합의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고되고 있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이미 내부적으로 징계조치를 내렸다”며 “결과도 불투명한 고소를 취하한 것이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의 고소취하와 관계없이 조 회장의 SNS사건에 대한 소송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조 회장의 SNS사건에 대한 소송은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또 대한항공이 그동안 한진해운을 지원하면서 피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서도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의행의와 법적조치 등을 통해 조 회장과 회사를 압박함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조종사노조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하지만 회사가 계속 임금인상폭 1.9%를 고수한다면 협상이 진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