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판매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애플 의존도가 높은 LG이노텍과 SK하이닉스 등 한국 부품업체들도 향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반도체와 삼성전자, 삼성전기와 LG디스플레이 역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동반부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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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석 LG이노텍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2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의 부품공급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부품업체들이 애플의 실적부진 영향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아이폰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데다 애플이 실적둔화에 대한 우려로 부품업체에 공급단가인하 압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5210만 대로 사상 처음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애플의 1분기 매출 역시 지난해 1분기보다 13% 줄었다.
애플은 2분기 아이폰 판매량 전망치 역시 4200만 대로 증권가 전망치인 4750만 대보다 크게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 아이폰의 장기적 판매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애플 아이폰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부품업체들의 1분기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에 D램과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고객사의 부품재고가 늘어나며 1분기 모바일부품 수요가 둔화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D램가격 하락과 고객사 수요부진으로 이중고를 겪으며 지난해 1분기보다 65% 급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역시 아이폰6S에 AP(모바일프로세서)와 D램, 낸드플래시 등을 공급하고 있어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며 매출의 30% 정도를 의존하는 LG이노텍의 경우 1분기 4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보다 99.4% 줄어든 것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부진 타격으로 실적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며 "2분기에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실적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에 LED 백라이트를 공급하는 서울반도체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이전분기보다 40%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공급사로 선정되며 실적을 크게 개선했는데 효과가 반감된 것이다.
애플에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반도체기판을 공급하는 삼성전기 역시 공급량이 줄며 실적에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49.5% 줄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애플이 부품주문을 축소했지만 삼성전자와 중화권 고객사의 수요 증가로 타격을 일부 만회했다"며 "애플에 공급하는 부품 종류를 늘려 공급량 감소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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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왼쪽)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LCD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도 타격을 입었다.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영업이익은 디스플레이 패널의 공급감소와 가격하락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94.7% 줄었다.
아이폰의 판매부진은 올해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하반기 신제품 아이폰7의 흥행전망이 밝지 않아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의 입지 자체가 축소될 경우 애플의 부품수요에 대응해 신규 투자에 나선 부품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터 애플 아이폰에 올레드패널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안정적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10조 원 규모의 공장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레드패널을 탑재하는 애플의 내년 아이폰 신제품도 판매부진을 겪을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시설 투자금액을 회수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애플의 잠재적 수요증가를 기대해 중소형 올레드패널 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하고 있는 터라 유사한 입장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부품업체들은 애플의 안정적 아이폰 판매량에 주목해 부품공급사로 선정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의존도를 크게 높였다"며 "하지만 이런 전략이 역풍을 맞고 있어 고객사를 다변화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