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이 20~30대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캐스팅보트(casting vote)로 몸값이 치솟은 2030을 겨냥해 부동산, 가상자산, 게임, 스타트업 지원 등 다방면에서 공약을 내놓고 있다. 20대 대선에서 이들이 존재감을 발휘해 대통령을 결정하는 역할을 해낼지 관심이 모인다.
16일 정치권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활약할 수 있을지는 결국 이들의 투표 참여율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2030세대에 해당하는 청년층은 2021년 4월7일 실시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
이들이 촛불집회로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세대라는 점도 중요하다.
당시 투표 결과를 두고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청년들이 등을 돌리며 서울과 부산에서 국민의힘이 큰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청년층의 실망을 불러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4·7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정치권은 본격적으로 지역이 아닌 세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년세대의 입김은 대선 정국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3월9일 치러지는 대선에서 청년층 유권자의 비율은 2020년 4·15총선 당시 청년층 유권자의 비율과 비슷한 34%정도로 추정된다. 전체 유권자의 약 3분의1을 차지하는 청년층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부동층 비율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진행하는 정례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12월22일 발표한 5차 정례조사에서 20대 이하 부동층 비율은 25.8%, 30대 부동층 비율은 12.6%로 부동층 비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다른 세대와 차이가 컸다.
그러나 1월12일 발표한 6차 조사에서는 20대 이하 부동층 비율이 6.1%, 30대 부동층 비율이 9.9%로 대폭 감소했다. 이들의 표심은 제3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몰려가 대선 구도를 크게 흔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안 후보 지지율은 5차 때 4.2%에 그쳤지만 6차 때는 12.2%까지 뛰어오르며 대선판에 바람을 일으켰다. 2030대 지지가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부동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건 중도성향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전에 청년층은 진보성향 정당이나 후보에 투표하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했지만 최근 이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이념이나 진영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지 않고 있다.
보통 4050세대는 민주당 지지성향이 뚜렷하고 60대 이상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의식한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기존의 '정치색 마케팅'이 아닌 손에 잡히는 공약들로 유권자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청년층에게 기존 정치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아닌 각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가족 리스크, 본인과 관련된 의혹, 말실수 등 사건이 생길 때마다 시시각각 출렁인다. 현재 지지율이 한 달 뒤 어떻게 달라질지 장담할 수가 없다.
이들의 지지성향이 오리무중이고 좀처럼 계산이 서지 않기 때문에 대선 주자들은 선거일까지 이들을 향한 구애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층의 또 다른 특징은 낮은 투표참여율이다.
지난해 6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에 따르면 4·7재보궐선거 당시 서울지역 평균 투표율은 58.2%, 부산지역 평균 투표율은 52.7%로 집계됐다.
그러나 20대의 서울, 부산지역 투표율은 각각 46.9%, 36.2%로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8세와 19세, 30대의 투표율 역시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사이 형성돼 평균 투표율에 못 미쳤다.
반면 60대와 70대의 투표율은 70%를 넘어 80%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전 선거들을 살펴봐도 청년층의 투표율은 평균에 근접하거나 밑도는 수치로 집계됐다.
다만 다른 연령층보다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기는 하지만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대선만 놓고 보면 20~30대 투표율은 2007년 17대 대선 때 50%대에 그쳤으나 2017년 19대 대선 때는 70%대까지 높아졌다.
최근에는 청년층의 약 90%가 이번 대선 투표에 꼭 참여하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해 이번 대선에서 지난 대선 투표율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투표율과 관련해 청년층을 한번에 묶어서 보는 게 아니라 성별을 나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대선 주자들의 행보가 이대남(20대 남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투표참여율이 더 높은 20대, 30대 여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대 대선에서 20~30대 여성 투표율은 77~79% 수준으로 같은 세대 남성 투표율 71~75%보다 높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치판에서 이대남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번 대선은 2030 여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통계적으로 젊은 여성들의 투표권 행사가 더 높고 이번에도 영향력을 더 많이 발휘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대남은 이제 거의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2030 여성이 이번 대선의 스윙보터가 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