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디지털·혁신 대전환위원회 정책 1호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이대남을 향해 손짓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후보는 젠더이슈(성별문제)와 관련해 선명성을 드러내기보다 한발 뒤로 빠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11일 이 후보는 새얼아침대화 초청강연에서 통합을 강조하며 윤 후보의 '이대남 전략'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후보는 "정치란 편을 가르지 않고 더 나은 국가와 국민의 삶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이대남이냐 이대녀냐를 선택하라고 하는데 '왜 선택해야 하느냐'고 말했더니 기회주의자냐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녀갈등이 정치판에서 선거 전략으로 사용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윤 후보가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인상 등을 이대남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젠더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고 진단한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빠지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후보와 다시 손을 맞잡으며 이대남을 향한 노선이 분명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 후보 역시 이전까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공약을 내놓고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는 등 이대남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인권과 페미니즘 등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하고 여성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지는 등 이대녀에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10일 열린 여성 스타트업 대표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윤 후보가 내놓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놓고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더 개선될지 대안을 말씀해주면 좋겠다"며 비판했다.
다만 "윤 후보 정책행보에 구체적으로 가타부타할 일은 아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여가부 폐지를 두고 윤 후보와 정면대결을 펼칠 경우 이대남 표심이 휘청거릴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역시 젠더 관련 논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권혁기 선대위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입장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낼 계획이 없다"며 "선거를 진흙탕으로 끌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슈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설날 전까지 이 후보의 지지율을 40%대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민의힘 집안싸움이 잦아들며 윤 후보가 반등을 노리는 상황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15%를 기록하며 야권 단일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그동안 차곡차곡 30% 후반까지 지지율을 쌓아왔다. 지지율을 잃지 않으면서 지지층을 넓여야 하기에 이대남과 이대녀 사이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두 후보의 전략 차이를 두고 이 후보가 더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분석했다.
유 전 이사장은 11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
윤석열 캠프가 최근 젠더이슈를 다루는 태도는 굉장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는 투기적 형태에 가깝다"며 "
이재명 후보 쪽이 좀 더 약고 좀 더 현명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는 경제 대통령 행보에 집중하며 윤 후보와 차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날
이재명과 이코노믹스를 합친 단어인 이재노믹스라고 이름 붙인 '신경제 비전'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신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세계 5강의 경제대국을 만들기 위해 과학기술, 산업, 교육, 국토 분야에서 4대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젠더이슈는 물론 이와 간접적으로 연관된 저출산 문제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