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주가가 새해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고부가 반도체기판 투자와 전장부품사업의 흑자전환을 통해 LG이노텍 기업가치 상승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한국거래소의 주가 자료를 분석해보면 지난해 LG이노텍 주가는 최종 거래일인 12월30일 기준으로 1년 전보다 99.45% 뛰었다.
LG이노텍 주가는 2020년 12월30일 18만2500원이었는데 2021년 12월30일 36만4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지낸해 12월30일 장중 주가가 37만5천 원에 이르는 등 52주 최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사상 최고가이기도 하다.
LG이노텍 주가는 2021년 12월에만 52주 최고가를 7번 갱신했다.
심지어 12월29일 배당락(주식 보유에 따른 배당금 수취 권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대다수 종목의 주가가 약세를 보였던 12월30일에도 최고가를 갱신했다는 점에서 LG이노텍 주가의 기세가 얼마나 매서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LG이노텍 주가가 아직도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시선이 많다.
SK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LG이노텍 목표주가를 38만 원으로 잡고 있으며 하이투자증권의 LG이노텍 목표주가는 40만 원이다. 이들은 모두 2021년 11월 말~12월 초에 목표주가를 설정했다.
하나금융투자가 2021년 10월29일 목표주가를 기존 29만 원에서 32만 원으로 상향한 지 2개월이 지난 12월23일 41만5천 원으로 재차 목표주가를 높여 잡기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증권사들도 곧 LG이노텍 목표주가를 상향 재평가할 공산이 크다.
정철동 사장은 올해 LG이노텍 기업가치 확대를 이어가기 위해 상반기 반도체기판사업 이익 확대와 신규 투자, 하반기 전장부품사업의 흑자전환에서 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판사업의 가치와 전장부품사업의 미래를 고려하면 LG이노텍 주식은 현재 주가 수준에서도 여전히 투자매력이 높다”고 봤다.
전자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반도체기판 신사업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기판 관련 투자계획을 올해 상반기에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이노텍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기판 사업 본격화와 관련해 아직 기술을 검토하는 단계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부지만을 남겨 둔 파주 LED공장에서 투자를 진행하거나 혹은 LG전자의 유휴공장인 구미 A3공장을 인수해 기판 신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등 구체적 투자 후보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기판은 PC의 메인보드 등 비교적 큰 IT기기에 주로 쓰이는 고부가 기판이다. 최근에는 서버나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의 주력사업은 스마트폰 등 중소형 IT기기에 주로 쓰이는 플립칩 칩스케일패키지(FC-CSP)기판이다.
LG이노텍의 기판사업 경쟁자인 삼성전기는 앞서 2021년 12월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기판사업을 위해 베트남 공장에서 1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내놨다.
정 사장도 기판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2020년 말부터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기판 기술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신사업 진출을 준비해왔다.
기판사업은 LG이노텍에서 ‘돈을 잘 버는’ 사업이다.
LG이노텍은 2021년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영업이익 8345억 원을 거뒀는데 광학솔루션(카메라모듈)사업부가 영업이익 5393억 원을, 기판소재사업부가 2855억 원을 각각 냈다.
단순 수치로만 따지면 카메라모듈사업의 이익 기여도가 높지만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광학솔루션사업부가 8%, 기판소재사업부가 25%로 반도체기판사업이 더 높다.
정 사장이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의 신사업 투자를 구체화하면 높은 이익 창출능력에 날개가 더해진다는 점이 LG이노텍 투자에 매력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하면서 정 사장의 LG이노텍 기업가치 키우기에 힘이 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2년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이 영업흑자로 전환할 것이다”며 “전장부품 매출이 증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는 2019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1135억 원을 봤다. 그러나 영업손실이 2019년 520억 원에서 2021년 1~3분기 226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은 2019년 3월 LG이노텍 대표이사에 오른 뒤 전장부품사업부의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성장성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정 사장 이전 LG이노텍은 2016~2018년 3년 동안 전장부품사업부에서 해마다 1개씩 연구개발성과를 냈다.
그런데 정 사장 임기 동안에는 2021년 3분기까지 2년 9개월 동안 16개의 연구개발성과가 나왔다. 가전용 컨버터 부품이지만 차량용 컨버터에도 쓰일 수 있는 고효율 페라이트자석까지 더하면 17개다.
LG이노텍은 전장부품사업 수주잔고를 10조 원가량 확보해둔 것으로 추정된다. 수주물량이 차차 실적으로 전환되면서 정 사장의 노력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하반기 LG이노텍 주가 상승의 재료는 애플 아이폰에 쓰일 카메라모듈의 공급 확대였다.
아이폰13에 쓰인 센서시프트 카메라모듈(흔들림 방지기술이 적용된 카메라모듈)뿐만 아니라 아이폰14에 쓰일 폴디드줌 카메라모듈(잠망경 원리를 활용해 부피를 줄인 카메라모듈)까지 LG이노텍이 공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LG이노텍의 실적 성장성이 부각됐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애플이 메타버스와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LG이노텍 주가가 함께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3차원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메타버스용 확장현실(XR) 헤드셋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기기는 앞으로 메타버스 시대의 필수 기기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출시시점은 2022년 하반기다.
애플은 자체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의 부품회사 선정에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카는 2025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IT기기용 부품 거래선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며 “LG이노텍은 애플에 광학모듈과 전장부품을 함께 공급하면서 애플 신사업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최근 LG이노텍 주가가 상승하기는 했지만 애플 신사업의 가치를 사실상 반영하지 않은 수준으로 아직도 저평가 상태다”며 “앞으로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