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기업들이 자국 내수시장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지역 고객사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는 올해 모두 수장을 새로 선임하고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배터리3사는 각각 ‘안전’, ‘확장’, ‘초격차’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배터리 굴기, LG ‘안전’ SK ‘확장’ 삼성 ‘초격차’ 3사 3색 대응

▲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겸 SK온 각자대표이사,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3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체 세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시장 점유율은 현재 격차와 그동안의 흐름을 봤을 때 중국기업의 강세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나온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집계에 따르면 1위 중국 CATL은 올해 하반기부터 월별 누적 집계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2위 LG에너지솔루션과 점유율 격차를 크게 벌렸다.

올해 1~11월 누적 집계를 보면 CATL은 점유율 31.8%로 2위 LG에너지솔루션과 20.5%와 11%포인트 이상 높을 뿐 아니라 국내 배터리3사 점유율 합계(30.8%)보다도 높다. 지난해 점유율은 CATL 24.0%, LG에너지솔루션이 23.5%다.

3위 일본 파나소닉에 이은 4위도 중국기업인 BYD다.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 전기차시장의 가파른 성장과 중국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들 수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299만 대를 기록해 지난해 전체 판매량보다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한다.

또 완성차 및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최근 CATL과 BYD가 미국 테슬라가 발주한 배터리를 모두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배터리양은 전기차 100만 대에 탑재되는 규모로 알려졌다.

중국 배터리기업들은 유럽 생산거점 확장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ATL은 독일에 이어 폴란드에 유럽 2번째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중저가 배터리인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완성차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리튬인산철배터리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생산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3원계배터리보다 주행거리는 짧지만 비용이 저렴하고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평가돼 전기차시장 성장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최근 테슬라, 폭스바겐, 다임러 등은 전기차에 리튬인산철배터리 탑재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LG에너지솔루션, SK온도 리튬인산철배터리를 개발에 착수했다.

배터리3사는 중저가 배터리시장 공략 외에도 각각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배터리시장 침투가 빨라지는 가운데 올해 새로 선임된 배터리3사 수장들이 어떤 기조로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안전’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수위기업으로서 생산능력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그 안에서 특히 배터리 안전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다. 올해 임원인사와 함께 시행한 조직개편을 보면 ‘안전’ 기조가 더욱 눈에 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근본적 구조개선 차원에서 배터리(battery)연구소장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품질센터장을 최고품질책임자(CQO)로 승격하며 안전 관련 역량 분야에서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또 대표이사(CEO) 직속 경영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 겸 경영지원센터장에 이방수 전 LG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팀장 사장을 선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리콜 사태에 상장 지연, 충당금 반영 등 실질적 타격을 입기도 했다. 우수한 품질에 걸맞게 안전성까지 강화해 이런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권 부회장도 11월 취임사에서 “임직원들이 최근 이어진 품질 이슈로 걱정이 많았을 것”이라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고객에게 더 신뢰받고 나아가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겸 SK온 각자대표이사는 ‘확장’을 키워드로 공격적 사업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도 5위로 지난해보다 한 단계 오르기도 했다. 10월 분사한 뒤 중요한 한 해인 2022년을 앞두고 최 수석부회장은 오너경영인으로 중책을 맡은 셈이다.

SK온은 글로벌 배터리3위를 목표로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40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까지 늘리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150GWh 규모로 늘린다.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수준이다.

SK온은 배터리 수주잔고도 업계 최고 수준인 1700GWh, 220조 원 규모에 이른다.

최 수석부회장은 17일 SK온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SK온을 빠르게 키워 SK그룹의 탈탄소 전략 가속화,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시장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는 ‘초격차’를 내세우고 있다.

삼성그룹 특유의 기술력을 강조하는 초격차를 기반으로 한 질적 성장으로 배터리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삼성SDI는 미국 진출을 가장 늦게 확정 짓는 등 경쟁사와 비교해 생산능력 확충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지속해서 받아왔다. 다만 기술력을 토대로 착실히 내실을 다져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고 영업이익률도 배터리3사 가운데 가장 높은 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SDI의 내년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SDI가 최근 배터리업계 최초로 배터리 브랜드(프라이맥스, PRiMX)를 출시한 것도 기술력에 관한 자신감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은 취임 소통 간담회에서 “진정한 1등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자”며 “진정한 1등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과 최고 품질을 기반으로 수익성 우위의 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기업이다”고 말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까지는 배터리 성능 향상을 통한 단가 하락, 점유율 싸움이 배터리업계 주요 화두”라며 “2022년부터는 수익성에 기반한 안정적 성장도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