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1-12-29 16: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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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취임 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은 발등에 떨어진 불인 데다 강 이사장 개인의 과거 행적과도 연결돼 있다.
▲ 강도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29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강 이사장을 이날로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취임식은 내년 1월3일 열린다.
강 이사장은 건보료 부과체제 2단계 개편에 앞서 노조와의 관계 개선부터 이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노조는 강 이사장이 유력한 이사장 후보로 거명될 때부터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왔다.
특히 건강보험공단 노조는 강 이사장 선임을 두고 건강보험공단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가장 크게 우려해 왔다.
건강보험공단 노조는 29일 강 이사장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놓고 “출신 부처의 정책에 굴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과 그에 따른 공단의 업무 집행 독립성 훼손 우려 때문”이라며 “강 이사장은 철저한 관료 출신인 만큼 기대보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건강보험 수장임을 스스로가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재직 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는 점에서 강 이사장의 마음은 가볍지 않은 상황이다.
강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을 맡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반대하는 데 앞장섰다. 당시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부과체제 개편을 찬성하고 있었다.
문제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이 올해 예정돼 있는 현안이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강 이사장 임명을 발표하면서 “공단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 추진 등 당면 과제 해결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전임자인 김용익 전 이사장이 부과체제 1단계 개편을 풀어가야 했던 것처럼 강 이사장은 2단계 개편을 풀어가야 하는 셈이다.
김용익 전 이사장은 퇴임 전 회고에서 “2018년 1월에 취임하면서 제가 풀어야 할 두 가지 큰 숙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의 요구도가 높았던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1단계 개편의 시행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 중심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자는 논의는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지다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2018년 7월부터 개편안 1단계가 시행됐다.
개편안 2단계는 2022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어 보건복지부 등은 현재 관련 법령의 개정안 마련, 시스템 개편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개편안 2단계의 내용을 놓고는 사회적, 경제적 상황 변화를 반영해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강 이사장이 맡을 역할이 가볍지 않다.
김용익 전 이사장 역시 퇴임 소회를 밝히면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놓고 “2018년 7월 시행된 개편안 1단계는 형평성 부분에서 국민이 공감을 많이 해 큰 무리 없이 지나갔다”면서도 “내년에 시행을 앞둔 개편안 2단계는 재산부과 등 여러 부분에서 많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도 변수이다. 경우에 따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놓고 새로운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강 이사장이 얼마나 건강보험공단의 정책 방향을 보건복지부에 관철하느냐는 건강보험공단 노조가 강 이사장을 대하는 태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건강보험공단 운영에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의 참여와 협조가 없이 일방적으로 정부 정책을 집행하려 한다면 노조 반발로 실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임 김용익 전 이사장은 올해 6월 노조와 갈등으로 본인이 단신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공단 고객센터 직원의 직고용 문제를 놓고 공단 노조가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자 이사장이 단식투쟁으로 맞섰다.
건강보험공단 노조는 강 이사장에게 “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을 계획대로 진행하되 환경변화를 충분히 고려해 추진되어야 한다”며 “금융부채 재산보험료 공제적용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가입자 사이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훼손에 따른 국민적 저항을 해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노조는 이어 “강 이사장이 정부에 굴종하고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즉각적이고 강력한 퇴진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